이스라엘의 우경화와 정체된 정치 지형

역대급 투표율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스라엘 정치가 총선 이후 불투명한 국면을 맞이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합은 과반 확보를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네타냐후에 반대하는 진영 또한 아랍계 정당과의 연합 없이는 집권이 불가능한 교착 상태에 빠졌다.

팔레스타인의 정치학자 가산 카티브 박사(72)는 28일(현지시간) 서안지구 라말라 소재 예루살렘미디어커뮤니케이션센터(JMCC)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당분간 네타냐후의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반네타냐후 진영이 보여준 변화의 움직임이 잠시 주목받기는 했으나, 지난 수십 년간 이스라엘이 축적해 온 우경화와 급진화의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카티브 박사는 이스라엘의 선거 결과보다 정착촌 확대와 정착민의 테러 행위가 팔레스타인에게는 훨씬 더 치명적인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카티브 박사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이스라엘이 오랜 세월 구축해 온 정치적 경로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이스라엘의 급진적 우경화가 약 25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왔으며, 지난 30년간 의회인 크네세트와 내각의 구성이 점차 우파 중심으로 변모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3년 10월 7일 사건 이후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가속화되었다고 진단했다.

사라진 '두 국가 해법'과 팔레스타인의 소외

이러한 변화의 징후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담론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약 25~30년 전의 이스라엘 선거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대한 찬반 논쟁이 핵심 의제였으나, 현재는 그 논쟁 자체가 사라진 상태다. 이번 총선의 쟁점은 초정통파(하레디)의 병역 문제나 네타냐후 연정의 부패, 사법부의 독립성 등 내부적인 갈등에만 매몰되어 팔레스타인 문제는 논의의 테이블조차 오르지 못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물론 야권의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 역시 팔레스타인의 자립이나 두 국가 해법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 시나리오 측면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영향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 진영의 이탈을 이용한 집권, 아이젠코트와의 대연정, 혹은 정부 구성 실패로 인한 재선거 등 어떤 경로를 택하더라도 네타냐후가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네타냐후 진영이 아랍계 정당과 연합하더라도 유대계 정당의 반발이나 지지층 이탈 문제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설령 정권이 교체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누가 권력을 잡든 정착촌 확장은 계속될 것이며, 두 국가 해법은 배제된 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우경화 속에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지고 있으며, 연기된 팔레스타인 총선은 이스라엘의 방해와 취약한 정치 체제로 인해 1년 뒤에도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JMCC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선거 실시 불가능을 예상했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버티기' 전략

팔레스타인 내부의 정치적 리더십 또한 위기에 처해 있다. 10·7 참사 이후 하마스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하락했고,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인 마르완 바르구티(67)는 23년째 수감 중이다. 국제사회는 PA의 선거 연기를 비판하면서도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있어,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신뢰와 정당성을 상실한 상태다.

카티브 박사는 현재 상황을 이스라엘 극우 세력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좁은 구역으로 몰아넣는 '새로운 아파르트헤이트'라고 규정했다. 1948년 건국 당시의 정책이 재현되며 요르단강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영토 전체를 이스라엘이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대중은 폭력적 저항보다는 이스라엘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현재의 자리를 지키며 압박을 견뎌내는 '버티기'를 선택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의 혼란 속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더욱 소외되고 있다. 카티브 박사는 미국의 선거 결과에 따른 변화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언급하며, 미국의 지도부가 바뀌어야 유럽과 미국이 이스라엘의 행태를 제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는 팔레스타인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는 깊은 무력감이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