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매출 뒤에 가려진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
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조 원 시대를 열며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나,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역설적으로 중국 후발 주자들의 기술적·자금적 추격 동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며 첨단 제품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주력 분야인 범용 제품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 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중국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지난 2분기 82.1%라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를 앞질렀다.
내수 시장 기반의 선순환 구조와 생산 규모 확대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 이면에는 탄탄한 내수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약 30%가 중국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CXMT가 생산하는 모바일 D램은 샤오미, 오포, 비보, 레노버 등 중국의 주요 완제품 기업 공급망에 깊숙이 침투해 있으며, 이 제품들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로 유통된다. 여기에 중국 내 AI 및 클라우드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더해지며 메모리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범용 제품 판매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설비 증설과 차세대 기술 개발에 다시 쏟아붓고,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양산 경험을 쌓는 '추격의 선순환'이 완성된 셈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의 월간 웨이퍼 생산 능력이 올해 말 35만 장 규모에서 2028년 말에는 50만 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 시장에서도 양쯔메모리(YMTC)의 기세가 무섭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YMTC는 올해 2분기 낸드 비트 출하량 점유율 14%를 기록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솔리다임의 뒤를 이어 세계 3위 자리에 올랐다.
기술 격차 좁히는 중국, 상용화 시점은 관건
기술적 추격 속도 또한 심상치 않다. 지난 10일 CXMT는 데이터 저장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4F²(4에프스퀘어) 기술 기반의 서버용 D램을 연내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활용 중인 6F²(6에프스퀘어) 기술보다 공간을 3분의 1가량 절감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양사 모두 해당 기술을 연구 중이나 아직 양산 단계에 진입하지는 못한 상태다. 낸드 분야의 적층 기술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최대 286단, SK하이닉스는 최대 321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YMTC는 주력인 160·232단 제품 외에도 294단 제품을 소량 생산하며 300단 이상의 초고층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후발 업체의 차세대 D램 개발과 관련해, 기술의 구현 여부와 실제 시장에 적용되는 상용화 시점은 엄격히 구분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 과잉 우려 속 지속되는 수요 전망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설비 확충이 향후 공급 과잉을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다만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의 증설 물량을 고려하더라도 2028년까지는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첨단 공정의 높은 기술적 난이도와 신규 생산 시설 구축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을 근거로, 2030년까지는 전 세계적인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