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

인공지능(AI) 산업과 반도체 분야를 필두로 한 첨단 기술 산업의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전력 계통의 근본적인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력을 필요로 하는 시점과 장소에 맞춰 적절히 전달할 수 있는 송전 역량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각 지역이 스스로 전력을 조달할 수 있는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무탄소 전력망 구축을 위한 에너지 공급 전략

지난 28일 개최된 ‘미래 에너지 혁신 포럼’에서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 에너지정책연구소장은 AI 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김 소장은 태양광과 배터리, 해상풍력은 물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통합적으로 확대하여 공급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탄소 전력망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는 단순히 전체 설비의 용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력을 실질적으로 보낼 수 있는 전송 능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3단계 계층형 분산망과 지역별 특화 모델

김 소장은 전력의 생산지와 소비지가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입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단계 계층형 분산형 전력망'으로의 이행을 제안했다. 국가 전력망이 기본적인 수요를 담당한다면, 변동성이 크고 급격한 수요 변화가 발생하는 곳은 기업이나 지역이 스스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독자적인 전력 운용 체계를 구축하고 전력 계통 사고 시 계약된 부하를 차단하는 대신 평소 송전량을 높여주는 '계획부하차단 조건부 접속제도'를 새롭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력 생산과 소비를 일치시키는 구체적인 모델로는 전남 해남군에 조성 중인 '솔라시도'가 언급되었다. 솔라시도는 5.4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집적화 지구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하여 AI 데이터센터 등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래형 도시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남길 BS산업 분산에너지팀 전무는 솔라시도의 재생에너지 기반 분산형 전력망이 실질적인 결실을 보려면, 전력을 자율적으로 거래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실증지구 지정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