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비자 거부에 거세지는 항의 여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까지 미국의 비자 발급이 막히는 사태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야당 내부에서는 동맹국인 미국이 한국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불쾌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29일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미국 측에 공식적인 항의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이를 한·미 관계의 문제로 비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진성준 의원이 미국 비자 발급 거부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권에서는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5선 의원인 김태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이 대한민국 국회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며, 이번 결정이 상호 신뢰라는 한·미 동맹의 기초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미국 측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과 함께 책임 있는 시정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 역시 언론과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의 활동은 공무 수행의 일환인데 비자가 거절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한국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검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하며, 정부 차원의 외교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도 외교부가 주미대사를 소환해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국방위원장의 비자 거부 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무적 판단 vs 외교적 결례, 엇갈린 해석
이번 사태는 진 의원이 다음 달 초 미국 태평양사령부 방문을 목적으로 비자를 신청했으나, 전날 오전 발급이 거부되면서 불거졌다. 야당 의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도 국회 차원의 공식 항의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번 사안을 한·미 관계 전체의 위기로 확대 해석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외교관 출신인 홍기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비자 발급은 영사의 실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며, 매번 자동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영사의 개별적인 업무 처리 방식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국익과 한·미 관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를 양국 관계 문제로 엮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 또한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국을 대하는 미국의 기류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벌집을 쑤시는 듯한 과격한 대응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차원의 대응이 자칫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개별 사안이지만 신속 발급 요청할 것"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이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국회의원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미국 측에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애틀랜타로 향하며, 이번 비자 거부 사태를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규정했다. 조 장관은 한·미 관계와 직접 연계된 사안은 아닐지라도, 우리 의원들의 비자가 조속히 발급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 역시 정례 브리핑을 통해 개별적인 비자 문제를 한·미 관계 전반과 연결 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정부는 미국 측이 한국 국회의원들의 공식적인 활동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