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삼성전자의 반격
과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며 주도권을 내줬던 삼성전자가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HBM 시장의 흐름을 초기에 읽지 못해 2022년 HBM3부터 5세대인 HBM3E에 이르기까지 경쟁사에 선두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삼성전자는 6세대 제품인 HBM4를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양산 및 납품하는 데 성공했으며, 차세대인 HBM4E 샘플까지 가장 먼저 공급하며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러한 성과로 인해 올해 3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약 40%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내년도 HBM 물량은 이미 완판된 상태로,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1위 자리를 확실히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메모리 중심의 실적 성장과 장기 공급 계약 확대
삼성전자는 29일 발표를 통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106조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인 107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매출액 147조 1000억원 중 메모리 부문이 140조 7000억원을 차지하며, 전체 매출의 72%가 메모리 사업에서 발생했다. 에이전트 AI의 확산에 따른 서버용 메모리 수요 폭증이 이러한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HBM4의 매출은 지난 3분기 대비 3배 넘게 급증했으며, 전체 HBM 매출 내 비중도 60% 수준까지 치솟았다. 공급 안정성을 위해 삼성전자는 대형 고객사 10곳과 이미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으며, 현재 10곳의 고객사와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2030년까지 생산능력 대비 LTA 비중을 60~70%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며,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롤링' 협의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내년 물량이 이미 완판되었으며, 고객사들의 공급 확대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내년 상반기 HBM4E 양산과 하반기 생산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파운드리 수주 확대와 DX 부문의 수익성 과제
파운드리 사업 역시 AI 열풍을 타고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하이퍼스케일러 및 고성능컴퓨팅(HPC) 고객사로부터 첨단 2㎚ 공정 수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석채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미·중 거래처 확대로 인해 올해 2㎚ 수주 과제 수가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며, 8나노 이하 공정의 가동률이 100%를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1.4㎚ 공정에서 일부 고객사와 테스트칩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 테일러 팹의 1번 팹은 클린룸 가동과 설비 반입을 시작했다. 반면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메모리 원가 상승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모바일경험(MX) 및 네트워크 사업부는 6000억원, TV·가전(VD·DA) 사업부는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갤럭시Z 폴드8 등의 흥행으로 매출은 늘었으나 부품 원가 부담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에 다니엘 아라우조 MX사업부 상무는 내년에 최상위 모델 중심의 판매와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하만은 각각 1조 1000억원과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