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에페' 출시와 시장 판도 변화
한미약품이 개발한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첫 4주 공급가 약 13만 원이라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의료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9일 한미약품의 발표에 따르면, 에페는 지난 22일부터 본격적인 출하를 시작했으며 현재 일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처방이 개시된 상태다. 다만 초기 물량 공급이 한정적인 탓에 취급 병원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측은 초도 물량의 제한으로 인해 공급 확대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의 검색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병원은 여전히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나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를 주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에서 피부과를 운영 중인 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 허양임 씨는 에페의 입고 시점이 다음 주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품 특성 및 임상 데이터 분석
에페는 위고비와 작년 8월 국내에 상륙한 마운자로가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 새롭게 합류했다. 한미약품은 연간 2조 원 규모로 커진 국내 비만약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여, 기존 제품들과 함께 3파전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는 전략이다. 이 약물은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에서 음식물이 배출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유지하도록 돕는 원리다. 투약 방식은 2mg부터 10mg까지 단계적으로 용량을 높여가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특히 한미약품은 후보물질의 발굴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전 과정을 국내에서 수행했으며, 한국인 대상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40주간 투약한 그룹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9.75%로 나타났다. 일부 환자 사례에서는 최대 30%의 체중 감소가 관찰되었으나, 이는 전체 평균과는 구분되는 개별 수치다.
가격 체계와 치료 접근성
에페의 용량별 공급가는 2mg 기준 2만 4200원부터 시작해 10mg은 7만 4800원까지 책정되었다. 첫 4주간의 공급가는 12만 9800원으로, 이는 최저 용량 기준 마운자로의 4주 공급가인 약 27만 원의 절반 수준이며 위고비의 약 21만 원보다도 저렴하다. 하지만 투약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비용은 상승한다. 5~8주 차에는 22만 8800원, 9~12주 차에는 27만 7200원, 13주 이후에는 4주 분량 기준 29만 9200원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초기 4주 가격만으로 전체 비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실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공급가와 차이가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의료기관 사례를 보면, 에페 2mg 제품 2펜에 진료비 2만 4000원을 더해 총 8만 원을 청구하고 있다. 에페는 위고비나 마운자로에 비해 체중 감량 폭이 적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가격과 효능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작용 기전 면에서도 에페와 위고비는 두 호르몬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공통점이 있어, 마운자로 대비 효과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 체계와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허양임 이사는 고가의 비만약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했던 환자들에게 에페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출시가 환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