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조 원 규모 공룡의 등장과 상장 계획
인공지능(AI) 업계의 유망주인 앤스로픽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고서를 제출하며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했다. 이번 상장을 통해 거론되는 앤스로픽의 기업 가치는 최대 2조 달러, 한화로 약 28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현지 시각 26일, 앤스로픽은 나스닥 시장에 'ANT'라는 종목명으로 입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SEC에 S-1 서류를 접수했다. 이번 IPO의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맡게 되었으며,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중순경 상장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써 AI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스타트업이 처음으로 공적 자본 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2021년 오픈AI 출신 연구진들이 설립한 앤스로픽은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동생인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으며, 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하며 성장해 왔다. 특히 기업용 AI 솔루션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최적화된 AI 코딩 도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히는 중이다.
폭발적인 매출 성장과 천문학적 비용 부담
상장 신고서에 나타난 앤스로픽의 재무 지표는 AI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와 막대한 자본 투입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앤스로픽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2억 8600만 달러(약 21조 6000억 원)를 기록하며, 11억 6300만 달러였던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4배의 급증한 수치를 나타냈다. 2023년 연간 매출이 4100만 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024년 3억 8600만 달러, 지난해 45억 8500만 달러를 거쳐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도 전체 매출의 3.5배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불과 3년 사이에 매출 규모가 수백 배로 팽창한 것이다.
다만 수익성 이면의 손실 규모 또한 막대하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807억 4800만 달러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29억 6900만 달러보다 6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해당 순손실에는 실제 현금 유출 외에도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전환사채 및 파생상품 관련 평가 손실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 사업 운영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영업 손실은 같은 기간 6억 9300만 달러로 확인되었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 지출도 상당했다. 올해 상반기 컴퓨팅 및 인프라 관련 비용은 89억 4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3억 3400만 달러) 대비 약 4배가량 증가했다. AI 모델의 성능 고도화와 이용자 확대를 위해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는 자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적 특징이 반영된 결과다.
기업 고객 중심의 성장과 시장의 시험대
앤스로픽의 급격한 매출 확대는 기업 고객층의 확장이 견인하고 있다. 상장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 동안 1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한 고객사는 1만 1900곳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AI를 단순한 문서 요약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 수행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핵심 도구로 채택하면서 매출이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성장 기반을 토대로 앤스로픽의 기업 가치는 1조 5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 사이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2조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세계적 빅테크 기업인 메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된다.
이번 상장은 AI 산업에 대한 월가 투자자들의 심리를 확인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 투자 수익 대비 과도한 투자 비용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앤스로픽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성공적으로 상장한다면 AI 투자 열풍이 지속될 수 있다는 신호가 되겠지만, 반대로 낮은 가격에 상장하거나 주가가 부진할 경우 비상장 AI 기업들의 가치 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악시오스는 앤스로픽의 상장이 AI 산업에 대한 월가의 투자 심리를 테스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성공 여부에 따라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될지 혹은 시장 분위기가 악화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앤스로픽은 신고서를 통해 AI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서도 명시했다. 고성능 AI 모델이 의도치 않은 동작을 수행하거나 외부 시스템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을 투자 위험 요인으로 언급했다. 특히 AI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만으로는 모든 손실을 보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이는 AI 안전성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강조해 온 앤스로픽이 공개 시장의 투자자들에게 기술적 리스크를 투명하게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