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빅테크의 상장과 자금 조달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다
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하는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 시장이 이틀 연속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인공지능(AI) 빅테크 기업들의 본격적인 상장 움직임이 반도체 산업의 투자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앤트로픽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을 위한 신고서(S-1)를 제출했다. 해당 서류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2026년 상반기 예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배 급증한 162억 86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수익성 개선 지표도 뚜렷하다. 2025년 상반기 21억 3500만 달러(약 2조 8598억 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은 2026년 상반기 6억 9300만 달러(약 9282억 원) 규모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9억 7400만 달러(약 1조 304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메타의 대규모 증자 계획과 글로벌 증시의 동반 상승
메타 역시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975억 달러(약 129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메타는 26일 무의결권 주식의 수시 ATM(시장가 장내 매각) 방식을 통해 600억 달러(약 80조 원)를 확보하고, 보통주는 225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로 공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하루 만에 공모 금액을 250억 달러(약 33조 원)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발행 물량의 5배가 넘는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된 데 따른 조치다.
이러한 AI 투자 확대 기대감은 미국과 한국 증시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26일 나스닥이 0.83%,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82% 상승한 데 이어, 27일에는 나스닥이 1.18%,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3.60% 급등하며 상승 탄력을 높였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앤트로픽의 신고서 제출 이후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확산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메타의 유상증자 수요가 강력하게 확인되면서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고, 이것이 반도체를 포함한 AI 인프라 관련주들의 투자 심리 회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6000선 회복과 국내 반도체주의 급등
국내 증시도 반등의 흐름을 탔다. 28일 코스피 시장은 전날에 이어 장 초반부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었는데, 이는 지난 7월 말 이후 3개월 만에 처음 있는 2거래일 연속 현상이다. 코스피는 6012.44로 장을 마감하며 10거래일 만에 6000선을 다시 넘어섰다.
AI 투자 우려가 완화된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주가를 견인했다. 전날 4% 이상 상승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 발표 및 주주환원 정책에 힘입어 각각 10%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앤트로픽이 구체적인 실적을 통해 AI 수익성과 자금 조달 리스크를 완화했다고 평가하며,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주요 업종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수급의 지속성과 반등의 연속성이 향후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재적 리스크: 유동성 블랙홀과 자금 조달 부담
다만 AI 투자를 위한 막대한 자금 부담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메타와 앤트로픽을 포함한 3개사의 IPO 및 유상증자 규모를 합산하면 약 2000억 달러(약 268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GPU 구매를 위해 400억 달러 규모의 부채 조달을 앞둔 스페이스X까지 고려하면 자금 수요는 막대하다. 한 선임연구원은 메타의 현금흐름 약화와 주식 발행 추진이 시장에 불안을 준 사례를 언급하며, 향후 알파벳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발표에서 현금흐름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앤트로픽의 상장이 초래할 수 있는 '유동성 블랙홀' 현상도 경계 대상이다. AI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틀간 1조 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었으나, 상장이 임박하면 자금 흐름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스페이스X 상장 당시 글로벌 자금이 IPO 참여를 위해 대거 이동하면서 코스피가 8% 이상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사례가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형 IPO를 앞두고 기술주 펀드들이 종목 편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상승 종목을 미리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앤트로픽 상장 과정에서도 유사한 수급 이슈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