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고강도 노동과 자발적 몰입의 조건
최근 테슬라 엔지니어 출신인 맹성준 작가는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노동자들이 왜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는지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꾼다는 거대한 비전이며, 둘째는 그 비전을 실행에 옮기는 독재적 성향을 포함한 탁월한 리더십이다. 셋째는 고통을 상쇄할 만큼 압도적인 보상 체계이며, 마지막으로는 스탠퍼드대 수재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또래 압박인 ‘스탠퍼드 덕’ 신드롬을 통한 강력한 팀워크와 경쟁이다. 비록 인재 이탈이나 지속 불가능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이들의 과로는 비전과 보상, 성취감이 결합된 선택적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에서도 성취를 위해 열정을 쏟고자 하는 노동자들은 존재한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사례를 보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다면 과로를 감수하겠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초광역특구법(메가특구법) 내 노동특례 조항은 이러한 자발적 의욕을 넘어선다. 이 법안은 노조 대표와의 서면 합의 없이 취약한 노동자 개인의 동의만으로도, 11시간의 휴식 보장 없이 주 69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며, 초과근로수당 지급을 피하거나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현행 두 배인 4년까지 늘려 활용하는 등 '초과노동'과 '인건비 절감'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커홀릭' 대통령의 노동관과 공직 사회의 과부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노동개악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초과근로에 대한 할증 임금 지급을 전제로 동의가 이루어진다면 그다음 단계는 건강권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입법 대신 시행령 수정이나 절차 간소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실언이라기보다 대통령 본인의 '워커홀릭'적 면모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한 달 기자회견 당시에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30시간 정도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으며, 주말에도 공관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은 공직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각 부처에 몇 달 걸릴 일을 밤을 새워서라도 한두 달 안에 끝내라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독려하며 잠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청와대 직원의 1인당 월 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62시간이라는 통계를 SNS에 공유하며, 현재의 국가 상황을 전쟁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적 위기를 '전시 체제'로 규정하며, 일과 삶의 균형보다는 업무 몰입과 성과를 우선시하는 전형적인 워커홀릭의 모습을 보여왔다.
리더의 헌신을 일반 시민의 표준으로 강요할 수 없다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을 요구하는 대기업 경영진이나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 및 보좌진들 역시 대통령과 유사한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스스로 극한의 과로를 견디고 있기에, 모두가 그렇게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확신의 T' 성향을 보일 수 있다. 사회 지도층의 헌신은 존중받아야 할 덕목이지만, 리더 개인의 초인적인 에너지를 국가 노동 정책의 표준으로 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대폭 확대하려는 이번 특례는 지도자들의 과로를 일반 시민에게 강요하는 '전시동원령'과 다를 바 없다.
정치인과 경영자들은 과도한 노동을 통해 권력과 부, 그리고 역사적 명성을 얻고 그 참모들도 이득을 공유한다. 하지만 연구실이나 공장, 사무실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노동자는 대통령이나 회장처럼 일상을 희생하며 일할 여유도, 이유도 없다. 노동자들이 주 69시간의 노동 환경에서도 기꺼이 움직이게 만들고 싶다면, 법률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웅장한 비전과 합당한 보상 체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스스로를 희생해 일하고 싶은 노동자가 '과로할 권리'를 선택하는 단계는 그 모든 조건이 갖춰진 뒤에야 논의될 수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