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들의 셰프, 조희숙이 전하는 집밥의 가치

지난 24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1관에서는 '2026 서울미식주간'의 일환인 워크숍 '조희숙 셰프: 한식의 중심에서 다시 만나는 밥상'이 진행됐다. 40여 년의 경력을 자랑하며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이름을 올린 한식 대가 조희숙 셰프는 이날 두 차례의 세션 중 첫 번째 수업을 이끌었다. 인천 영종도에서 온 한정화 씨와 소방관 식단을 연구하는 강민들레 씨를 포함해 약 30여 명의 참가자가 자리를 채웠다.

조 셰프는 현대 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따뜻한 밥상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그녀는 각박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유대감을 쌓고 치유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조 셰프가 선보인 메뉴는 멸치볶음, 나물, 호박전 등 6가지 반찬과 밥으로 구성된 정갈한 상차림이었다. 참가자들은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과 재료 본연의 향에 감탄을 표했다. 특히 조 셰프는 자신의 비법 레시피를 스마트폰으로 직접 보여주며 호박전 조리법을 전수하는 등 참가자들과 깊이 있게 소통하며 새로운 '미식 관계'를 형성했다.

'서울, 다시 맛보다'… 미식 마켓으로 펼쳐진 풍성한 장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서울미식주간은 서울을 글로벌 미식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로, '서울, 다시 맛보다'라는 주제 아래 지난 23일부터 7일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서울미식마켓, 미식 클래스, 레스토랑 위크, 전통시장 참여 프로그램 등을 포함하며, 서울 미식 100선 발표와 서울미식어워즈를 통해 네트워크 강화에도 집중한다.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DDP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미식마켓'은 '서울, 집밥'이라는 테마로 꾸려졌다. 농부 장터 '마르쉐' 참여 농부들과 청년 셰프팀, 서울 미식 100선에 선정된 식당 등 70여 개 팀이 참여해 활기를 띠었다. 현장에서는 김상훈 셰프의 한국 술과 공예 워크숍, 성북의 밀, 고요한 집 등 다양한 주제의 수업이 진행됐다. 특히 서촌의 '카페 오쁘띠베르'를 운영하는 박준우 셰프는 프랑스 가정식과 디저트를 선보이며, 서울미식주간이 대중과 만나는 중요한 미식 지표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셰프들의 열정과 미식의 지평을 넓히는 다양한 부스

행사장 곳곳에서는 미식의 향연이 이어졌다. '문사기름집'의 비건버터부터 '뺑드빱바'의 치아바타, '원 슈가 데이 그로서리'의 호박주스까지 방문객들의 오감을 자극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김시연 셰프와 '데케드'의 노신우 셰프의 요리도 눈길을 끌었다. 또한 스페인식으로 한식 식재료를 재해석한 '복자에게'의 고은세 셰프와 경북 봉화 땅콩호박을 활용한 파스타를 선보인 '아그네'의 최민관 셰프 등 개성 넘치는 부스들이 줄을 이었다.

예약이 어려운 스타 셰프들의 만남 역시 이번 행사의 백미였다. 태안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김성운 셰프와 섬세한 서양식 집밥을 내놓은 김은희 셰프, 미쉐린 빕 구르망에 선정된 '고사리 익스프레스 신당'의 김제은 셰프 등이 참여해 미식의 수준을 높였다. 이외에도 '메종조', '영동포차나', '남박', '마다옥' 등 유명 식당들이 대열에 합류했다. 음료 코너에서는 청송 사과를 활용한 '청년연구소'의 이석모 대표와 힙한 감성을 자랑하는 '장생건강원'의 서정헌 씨가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자연주의 요리 수업과 서울 미식의 미래

미식 클래스에서는 김희종 요리 연구가가 진행하는 '자연 요리 연구소' 수업이 열려 주목받았다. 레스토랑 셰프 출신인 그는 2019년부터 자연주의 요리를 전파해 왔으며, 이날 숯불에 구운 뿌리채소 등을 통해 농부와 식탁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수업을 통해 배운 기술을 일상에 활용하겠다며 내년 행사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행사의 정점인 '서울미식어워즈'에서는 서울 미식 100선과 카페·디저트 50선이 발표됐다. 베스트 한식상은 '밍글스(강민구)'가 차지했으며, 양식은 '빈호', 아시안은 '계향각' 등이 각각 선정됐다. 서울 미식 100선은 한식(27%)과 양식(23%)이 주를 이뤘으며, 강남구(46%)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예종석 전 한양대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의 경험 범위를 넓히고 요리사와 소비자 모두의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선정 기준을 세밀화하여 지역과 가격대별 다양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