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선 홍보와 덤핑 논란
지난 2024년 9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체코 방문 중 페트르 파벨 대통령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두 달 전, 약 26조 원에 달하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름을 올린 직후였다.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이후 15년 만에 거둔 원전 수출 성과였으나, 확정된 계약이 아님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선 과도한 홍보 행보와 덤핑 수주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얽히고설킨 기술 분쟁과 소송전
입찰 과정에서 탈락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한국 측이 원천기술을 무단 도용했다는 취지로 체코 정부에 진정을 제출하며 갈등을 빚었다. 프랑스전력공사 역시 체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프랑스전력공사의 소송이 기각된 뒤인 지난해 6월에 이르러서야 정식 계약이 성사되었는데, 이는 앞서 1월 한수원과 한국전력이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원전 수출 관련 계약의 연장선상에 있다.
독자 기술인가, 로열티의 굴레인가
체코에 건설될 원전 모델은 한국형 원전인 APR1000이다. 한국은 이를 독자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자사의 원천기술이 포함되었다며 막대한 로열티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드러난 양측의 합의 내용에 따르면, 원전 1기당 약 2400억 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뿐만 아니라 9000억 원 규모의 물품 및 용역 계약까지 체결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5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다는 점에서 불공정 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비용 상승과 협상의 난항
한수원은 어제 두코바니 원전 시공을 담당할 대우건설 컨소시엄과의 협상이 종료된다고 공표했다. 과거 첫 해외 수출 사례였던 UAE 바라카 원전 사업조차 공사비가 증액되면서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바 있으며, 현재 한수원과 한국전력 사이에는 추가 비용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협상에 임한 당사자들 역시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다 결국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탈원전 여파 극복을 위한 시험대
과거 애물단지로 취급받던 원전은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확산으로 인해 막대한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필수 시설로 위상이 변화했다. 한국은 원전 건설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거치며 공백기를 겪었다. 이번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한국이 그간의 정책적 후과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음을 전 세계에 입증해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며, 정부와 이해관계자 모두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