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이제는 통제 가능한 질환으로
치매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이자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진단 기술의 비약적인 진보 덕분에 치매의 발병 시점을 10년 이상 뒤로 늦출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지 기능의 미세한 저하가 감지될 때 주저하지 말고 보건소를 방문해 조기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초기 단계에서의 생활습관 관리와 최신 치료제를 병행함으로써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마커 기술의 발달은 치매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
데이터 인프라가 이끈 AI 진단 솔루션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출범 6년 차를 맞이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이 있다. 사업단은 국내 최초로 전국 60여 개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프로토콜을 적용해 환자들의 혈액, 영상, 임상 데이터를 수집한 ‘미니멀 데이터 셋’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연구자들에게 제공되는 데이터는 2,335명분의 완전한 정보 세트와 6,000여 명 규모의 코호트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탄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뇌 MRI 영상을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해 약 90%의 정확도로 치매 가능성을 판별하는 ‘뉴로핏’의 AI 진단 솔루션이 상용화와 증시 상장이라는 결실을 보았다.
2조 원대 기술이전과 차세대 타깃 육성
사업단은 1기 사업을 통해 정부로부터 2,00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으며, 12건의 기술이전을 통해 총 2조 3,400억 원 규모의 계약 성과를 창출했다. 이제 사업단은 2기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기획 단계에 진입했다. 묵 단장은 연구자들이 장기 프로젝트에 몰입할 수 있도록 조 단위의 대규모 지원과 유연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임상 3상 파이프라인 중 빅파마들이 주목하는 ‘타우’ 단백질을 겨냥해 새로운 기전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아델은 타우 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사노피에 2조 원 규모로 기술이전했으며, 큐어버스는 저분자 화합물을 활용한 뇌 염증 제어 기술로 5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단은 오토파지,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 면역 조절 등 차세대 타깃 연구도 집중 지원하고 있다.
국내 M&A 생태계 활성화 과제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묵 단장은 국내 벤처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임상 3상을 홀로 완수하기보다는,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을 이전하고 공동 연구를 지속하며 체급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국내 기업 생태계의 취약점인 인수·합병(M&A) 시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이 특혜 논란 등을 우려해 해외 기업 인수에는 적극적이면서도 국내 유망 벤처 인수는 기피하는 문화를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과 M&A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벤처 기업들을 인큐베이팅한다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블록버스터급 신약 탄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