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향한 교수진의 불신임 투표 시작

미국 코넬대학교 교수진이 교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대학 본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마이클 코틀리코프 총장을 포함한 대학 지도부를 대상으로 한 불신임 투표를 단행한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코넬대 교수평의회는 오는 29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 동안 지도부 불신임 결의안에 대한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비록 교수평의회가 총장을 직접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만약 불신임안이 가결될 경우 코틀리코프 총장은 상당한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전날 개최된 교수 상원 회의에서는 불신임안 추진을 둘러싸고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성폭력 사태에 대해 즉각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측과, 독립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결정을 미뤄야 한다는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약 한 시간가량 이어진 토론 끝에 투표를 연기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찬성 48표, 반대 76표로 부결되면서 투표 진행이 확정됐다.

사퇴 요구 넘어선 구조적 개혁의 목적

이번 불신임 결의안은 총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강제하는 성격은 아니다. 결의안을 공동으로 발의한 노아 타마킨 인류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의 핵심이 특정 인물의 퇴진 자체보다는, 대학의 성폭력 대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학생 및 교수진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교수진의 이러한 움직임은 여성 과학·공학 분야 교수 20명이 코틀리코프 총장의 물러남을 요구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나타난 결과다. 해당 교수들은 대학 이사회에 전달한 서한을 통해, 공동체에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명확한 지도력이었으나 실제로는 리더십의 공백만을 목격했다며 대학 본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집단 성폭행 의혹과 대학의 대응 논란

이번 사태의 발단은 2024년 10월 코넬대학교 내 한 남학생 사교클럽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의혹이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제인 도'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한 여성이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으며, 그녀는 사교클럽 소속 남성 7명으로부터 성폭행 및 성적 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 측이 자신의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다만 피고인으로 지목된 7명은 모두 혐서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대학 측은 자체 조사를 거쳐 남학생 2명에게는 퇴학을, 2명에게는 정학 처분을 내렸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성폭력 관련 에세이 작성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한편 검찰은 코넬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별도의 형사 기소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총장의 입장과 향후 과제

코틀리코프 총장은 앞서 NYT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건의 후속 조치가 미흡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지난 14일 교수 상원 회의에서도 그는 일부 대응 과정에서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리더십을 방어하며 학생들의 사교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추가적인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총장은 성명을 통해 교내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으로 인한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이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폭력 예방 교육의 범위를 넓히고 피해자를 전담 지원할 인력을 채용하는 등 교내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실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