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줄 알았던 GOS 논란, 공정위 과징금으로 재점화
지난 2022년 3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는 이례적인 사과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당시 경영진은 갤럭시 S22 시리즈의 성능 제한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공식적인 사과를 전했습니다. 이후 삼성은 소프트웨어 수정 작업을 즉각 실시했으며, 뒤따라온 국내외 소비자 소송들도 모두 일단락되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러나 4년 7개월이 지난 지금, 종결된 것으로 보였던 GOS 논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201억 원 규모 과징금 부과 결정과 함께 다시 법적 공방의 중심에 섰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갤럭시 S22 시리즈가 출시된 직후 시작되었습니다. 고사양 게임 구동 시 발생하는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억제하기 위해 중앙처리장치(AP)의 작동 속도를 제한하는 방식이 도입되었는데, 이전 모델들과 달리 사용자가 이를 우회할 수 있는 경로까지 차단하면서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이로 인해 성능 측정 사이트인 긱벤치가 갤럭시 S22 시리즈를 평가 목록에서 제외하고 갤럭시 탭 S8까지 퇴출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었습니다. 소액주주들은 스마트폰 사업의 핵심인 노태문 사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했고,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며 강력하게 대응했습니다.
경영진 사과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그리고 소송의 종결
논란이 거세지자 2022년 3월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당시 부회장은 고객과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직접 사과했습니다. 그는 고객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음을 인정했습니다. 노태문 사장 또한 임직원들에게 소통의 부재를 사과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같은 달 10일, 갤럭시 S22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여 게임 실행 시 AP의 최대 속도 제한을 풀고, 사용자가 직접 '게임 퍼포먼스 관리 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이후 다른 대상 기기들로도 확대 적용되었습니다.
법적 다툼 역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해 6월 1심 법원은 삼성전자의 광고가 기만적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실제 소비자 손해와의 인과관계 입증 부족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올해 2월 서울고등법원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내려졌고, 1690명의 원고와 조정참가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지난 3월 이 사건은 확정되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소송들 역시 지난 9월까지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내외 8건의 관련 소송 중 삼성전자의 소비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공정위의 201억 과징금 부과와 삼성전자의 법적 대응
하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게임 성능을 홍보하면서도 고사양 게임 실행 시 AP의 최대 동작 속도가 제한된다는 핵심 정보를 알리지 않은 점을 '기만적인 표시 광고'로 규정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시정 노력을 참작하여 위반 행위의 중대성 평가를 낮게 조정했습니다.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인 4조 228억 원에 0.5%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하여 약 201억 1400만 원의 과징금을 잠정 결정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공정위는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실행 시 AP의 최대 속도가 각각 원래의 31.4%와 26.9%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보았으나, 삼성 측은 반도체 클럭 속도와 실제 게임 성능을 동일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자체 실험 결과, 클럭 상한을 적용했을 때 오히려 평균 초당 프레임 수(FPS)는 높아지고 기기 온도는 낮아졌다는 논리입니다. 공정위는 기술적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 삼성 측에 11차례 이상 소명 기회를 주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으나, 삼성전자는 공정위 의결서를 바탕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기술적 검토의 시간과 남겨진 과제
이번 처분 과정에서 공정위는 발열 관리 방식과 게임별 성능 제한의 차이, 클럭 작동 원리 등 복잡한 기술적 사안을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문제의 설정은 변경되었고 당시 제품들도 최신 기종으로 대체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시정명령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공표명령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민사 소송과 행정 제재는 판단 기준이 다르지만,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원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4년 7개월의 검토 끝에 내려진 이번 과징금 결정은 이제 법원에서 그 타당성과 의미를 다시 다투게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