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반대매매 감소에 '매도 클라이맥스' 기대감
코스피 지수가 반년 만에 5500선 밑으로 추락하면서 증시 바닥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신용융자 잔고와 반대매매 비중이 줄어들면서, 시장을 압박하던 강제 청산 물량이 정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와 수급 공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및 AI 관련 투자 부담이 맞물려 있어 추세적 반등을 확신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한 시각도 공존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0.83포인트(1.46%) 하락한 5469.47로 마감했다. 지수가 55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7일(5494.78) 이후 약 6개월여 만의 일이다. 유가 급등에 따른 뉴욕증시의 하락세와 더불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 미국 중간선거 등 대형 이벤트들을 앞두고 시장의 경계심이 극도로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LS증권은 현재 코스피 시장이 '매도 클라이맥스' 단계에 진입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가 지수의 저점을 통과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용융자 잔고가 지난 12일 34조 3000억원에서 22일 30조 4000억원으로 3조 9000억원가량 급감한 점과,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율이 지난 14일 6.6%에서 22일 1.0%로 크게 낮아진 점을 근거로 들었다. 즉, 한계 매물의 강제 청산이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이다. 또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와 같은 AI 관련 헤지펀드의 청산설, 헤지펀드들의 포지션 변화, 그리고 11월부터 예정된 1조 3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기업 자사주 매입 재개가 숏스퀴즈를 유발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가 사이클 이론과 기술적 반등 가능성
현대차증권의 김재승 연구원은 스탠 와인스타인의 주가 사이클 이론을 인용하며 코스피가 하락세를 멈추고 바닥 형성 단계로 진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았다. 주가가 이동평균선의 흐름에 따라 바닥, 상승, 천장, 하락의 4단계를 거친다는 이 이론에 따르면, 현재 지수가 더 이상 밀리지 않고 일정 범위에서 횡보하는 구간에 안착할지가 관건이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가 내년 상반기까지 120일 이동평균선인 7000선 부근에서 횡보한 뒤, 내년 하반기에는 7000~8000선을 넘어 9000선을 재차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성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수급 공백과 실적 불확실성에 따른 신중론
반면 시장의 하락 폭이 과도하다는 시각 속에서도 단기적인 바닥 확인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투자증권의 김대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종료로 인한 수급 공백,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고유가 및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코스피의 하단을 PBR 1배 수준인 5200포인트로 설정했다. 그는 정유나 해운처럼 고유가 상황에서 방어력을 갖춘 종목을 선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K증권의 조준기 연구원 역시 가격만으로 바닥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와 투자 축소에 따른 성장성 우려를 동시에 낳으면서 시장의 평가 잣대가 매우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영업현금흐름이 투자를 상회하며 성장 기대와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스피와 코스닥의 20일 평균 등락 종목 비율(ADR)이 각각 71%와 76%로 바닥권에 머물고 있어, 반등 시 대부분의 종목이 동반 상승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증권의 허재환 연구원은 현재의 하락 폭이 과도하지만 즉각적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999~2000년 버블 붕괴 당시 코스피가 고점 대비 52% 하락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6월 고점 대비 약 40% 하락한 현재의 코스피 상황을 비교했다. 일반적으로 30~40%의 하락은 고평가 우려를 반영하며, 이후 10~20%의 추가 하락은 경기 및 실적 악화를 반영한다고 설명한 그는, 향후 추가 하락 여부는 내년 이후의 경기 상황과 실적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