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의 질 하락과 좁아진 이동 통로
한국은행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 취업자 중 임시직이나 일용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며 고용의 질적 저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눈높이를 낮춘 취업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이러한 현상은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2차 노동시장에 머무는 임시·일용직 청년들이 상용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경로가 과거보다 크게 위축되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청년들이 적절한 직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상실할 경우, 향후 기업의 채용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고용 개선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이는 청년 고용 부진이 단순한 실업률이나 고용률 수치를 넘어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산업 구조 재편과 AI 확산의 이면
한국은행이 발표한 ‘청년 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는 이러한 위기의 원인으로 인공지능(AI)의 확산과 정보기술(IT)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 재편, 그리고 경직된 노동시장 체계를 언급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IT 제조업은 생산성을 높이며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상용직 고용 창출력은 상대적으로 낮아 채용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AI 기술 노출도가 높은 직무와 산업군에서는 청년들이 주로 수행하던 기초 업무의 수요가 감소하는 대신 경력직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여파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층에게 집중되면서 청년 고용 부진이 장기화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과 국가별 비교
미취업 상태인 이들의 1차 노동시장 진입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2차 노동시장에서 1차로 넘어가는 이동성 역시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1차 시장으로 들어가는 장벽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정규직 보호지수는 주요 23개국 중 10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는 최근 청년 시위 문제로 갈등을 겪는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과 더불어 일본, 독일, 영국보다는 높은 수치다. 정규직 보호가 덜 경직적인 국가일수록 청년 고용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현재 한국 청년들의 고용 상황이 매우 열악함을 시사한다.
근본적인 노동 개혁의 필요성
현재 시행되는 청년 일자리 대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구조적인 난제를 해결하기보다 단편적인 처방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성과를 노린 정책의 단순 나열이나 과거 대책을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산업 현장과 교육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과감한 노동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청년들의 고통이 깊어지기 전에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