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의도 없었다는 주장에도 '고의성' 인정
흉기를 지닌 아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아들을 숨지게 한 60대 의과대학 교수 A씨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4년형을 최종 확정했다. 재판부는 아들의 폭행과 위협이 있었던 상황은 고려하되, 깨진 그릇을 사용해 치명적인 가해를 가한 점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29일 법조계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64)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 1일 확정했다. 사건은 지난해 9월 A씨의 자택에서 발생했다. 당시 30대인 아들은 흉기를 든 채 A씨를 찾아와 약 1시간 동안 죽이겠다는 협박과 함께 폭행을 이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났고 A씨가 깨진 그릇으로 아들을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오랜 가족 갈등과 비극적 결말
부자 사이의 불화는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A씨가 아들의 학창 시절 비행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졌으며, 이후 A씨는 아내를 통해 생활비만 전달할 뿐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며 거리를 유지해 왔다. 특히 지난해 A씨의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A씨가 상속 재산을 독점하려 한다는 의심까지 품고 있었다. 결국 아들은 흉기를 들고 아버지의 집을 급습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아들을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깨진 그릇으로 신체를 찌를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일반인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의료 지식을 갖춘 현직 의대 교수라면 그 위험성을 더욱 명확히 알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A씨가 "아들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 있었다"고 진술한 부분 역시 살인의 고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범행의 동기를 설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참작된 정상과 최종 판결
다만 법원은 범행의 경위를 양형에 적극 반영했다. 아들의 선제적인 폭행과 협박 속에서 A씨가 극심한 공포를 느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오랜 기간 피해자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며 부친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 노력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한, 사건 피해자의 유일한 유족인 A씨의 딸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일관되게 밝힌 점도 형량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1심의 징역 4년 선고를 유지한 항소심에 대해 대법원이 법리적 오류가 없다고 판단하며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형이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