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항암치료의 핵심, NGS 검사의 역할
단 한 번의 검사만으로도 수백 가지의 암세포 유전자 변이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이 정밀 항암치료의 핵심적인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NGS는 암 환자의 조직에서 추출한 대량의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를 고속으로 해독하는 차세대 분자진단 기법이다. 이는 기존의 면역조직화학염색(IHC)이나 중합효소연쇄반응(PCR)과 같은 개별 유전자 검사 방식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적은 양의 검체만으로도 암의 증식과 발생에 관여하는 다수의 변이를 한꺼번에 찾아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는 암 환자가 치료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MET 변이 폐암의 생존율을 바꾼 혁신
NGS 검사와 표적 항암제 간의 결합이 치료 성적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례는 'MET 변이 비소세포폐암'이다. 안진석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에 따르면,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1.8%에서 3.1% 사이에서 나타나는 'MET 엑손 14 결손 변이'는 종양의 악성도가 매우 높고 뇌나 뼈로의 전이가 빨라 예후가 극히 나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과거 이 변이를 가진 환자들의 평균 여명은 5~6개월에 불과했으나, NGS 검사를 통해 변이를 확인하고 테포티닙(제품명 텝메코) 같은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면서 기대 여명이 약 2년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MET 엑손 14 결손 변이는 유전자가 통째로 결손된 구조적 특성을 지녀, NGS 검사가 아니면 발견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험 급여 축소로 인한 의료 현장의 한계
하지만 국내 의료 환경에서는 NGS 검사와 관련된 정책적 후퇴로 인해 환자들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있다. 2023년부터 NGS 검사 비용의 50%를 국민건강보험이 지원해 왔으나, 지난해 12월부터 폐암을 제외한 고형암 및 혈액암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80%로 상향 조정되었다. 이로 인해 해당 암종 환자들의 검사 비용 부담은 140만 원에서 160만 원 수준까지 치솟았으며, 결과적으로 의료 현장에서의 검사 활용도 또한 급감했다. 현재 대다수 병원에서는 분석 설비와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해 검사 의뢰 후 최종 리포트를 받기까지 4주 정도, 길게는 두세 달까지 소요되는 실정이다.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환자들
질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70~75세의 고령층 환자가 많은 MET 변이 폐암의 경우,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치명적이다. 안진석 교수는 환자들이 NGS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고, 1~2주 내에 확인 가능한 PCR 검사를 통해 EGFR이나 ALK 변이만을 확인한 뒤 서둘러 1차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1차 치료 후 2차 치료 단계에서야 MET 변이 전략을 적용하게 되는데, 문제는 1차 항암요법을 받은 환자 중 약 30%가 넘는 인원이 상태 악화로 인해 2차 항암요법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안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약제를 가장 먼저 사용하는 것이 항암치료의 핵심 원칙임을 강조하며, 암 확진 후 2~3주 이내에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검사비 부담 완화, 전문 분석 인력 지원, 신속 분석 병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국가적 차원의 진단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