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구축에 따른 막대한 재무 리스크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인공지능(AI) 인프라 조성을 위해 1조 달러가 넘는 미래 지출을 예고한 가운데, 약 985억 달러(한화 약 140조 원)에 달하는 추가적인 우발약정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력 수익원인 광고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국면에서 막대한 AI 투자 비용에 대한 수익성 논란이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알파벳이 발표한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상 AI 관련 우발약정 규모는 985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 분기 대비 약 230억 달러가 급증한 수치다. 우발약정이란 특정 조건이 성립될 경우 기업이 이행해야 하는 잠재적 재무 의무를 뜻한다.

이번 공시된 항목에는 데이터센터 임대료와 관련한 에너지 비용 지급보증 757억 달러와 전력 설비 구매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보증 228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알파벳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설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협력업체의 장비 구매를 보증하고 있으며, 전력 관련 보증액은 직전 분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6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부 보증 계약의 만료 시점은 2049년 1월로 매우 장기적이다.

반도체 재매입 가능성과 수주잔고의 실체

알파벳은 고객에게 공급한 AI 반도체 시스템을 향후 최대 66억 달러에 다시 사줘야 할 수도 있다는 점도 공시했다. 이는 고객들이 구글이 자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 시스템을 미리 정해진 할인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알파벳 측은 고객들이 실제로 이 옵션을 행사할 경제적 동기는 낮다고 설명했다.

구글 클라우드의 수주잔고 추이도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알파벳은 3분기 말 기준 구글 클라우드의 수주잔고가 5608억 달러를 기록하며, 직전 분기의 5139억 달러보다 469억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증가분 중 168억 달러는 알파벳이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과 합작해 설립한 크럭스 AI와의 계약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알파벳은 크럭스 AI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으며, 앞서 해당 회사의 에너지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돕기 위해 최대 100억 달러의 보증을 약속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신규 수주 증가액의 36%가 알파벳이 지분을 투자한 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 셈이다. 댄 모건 시노버스트러스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구조가 성장의 매력을 반감시킨다고 평가하며, 외부 고객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수요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적 실망감에 뉴욕증시 기술주 폭락

한편 알파벳은 전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투자약정 관련 내용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뉴욕증시에서 12% 이상의 급락세를 보였다.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장중 한때 5000억 달러(약 700조 원) 이상이 사라졌으며, 이에 따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 넘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