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생존 과제, 기술을 매출로 전환하는 법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고객 확보, 비즈니스 모델의 검증, 그리고 지속적인 투자 유치라는 삼박자가 맞물려야 한다. 특히 보유한 기술력을 실제 매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직면한 구체적인 문제를 정의하고, 기존의 서비스나 제품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지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KB국민은행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러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2021년부터 'KB유니콘클럽'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해오고 있다. 신산업 분야의 유망 기업을 육성하는 이 프로그램의 올해 6기 과정에는 22.5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10개의 청년 창업기업이 최종 선정되었다. 선정된 기업들은 전문적인 멘토링과 함께 투자 검토, 투자자 매칭,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이번 기수에 참여한 기업들의 사업 영역은 매우 다채롭다. 하드웨어 설계의 오류를 찾아내는 기술부터 제조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AI), 요양시설의 업무 자동화, 고령층을 위한 안심 모니터링 시스템, 무인 상업공간 운영 기술 등이 포함된다. 또한 리퍼브 패션의 가격을 최적화하거나 드론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기술, 법률 사무 자동화, 외식업의 메뉴 원가 관리, 그리고 독립 전문가의 고객 발굴 지원 서비스 등 폭넓은 분야의 기술이 포진해 있다.

세카(SECA), 설계 데이터 연결로 엔지니어의 시간 확보

하드웨어 설계 분야의 AI 전문 기업인 세카(대표 김준형)는 요구사항 문서와 회로도, 도면, 그리고 부품명세서(BOM) 등에 산재해 있는 정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설계상의 오류를 잡아내는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들의 기술력은 이미 실증 단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LG전자 가전 부문 실증 결과, 부품 한 건을 검색하고 검토하는 데 소요되던 시간이 기존 2시간에서 단 10분으로 대폭 단축되었다. 또한 전장 분야에서는 블록 다이어그램을 작성하고 부품을 선정하는 데 들어가는 월간 공수가 480시간에서 160시간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었다.

세카의 뿌리는 LG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스튜디오341'에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함께 진행한 이 프로그램을 거쳐 지난 6월 독립한 세카는, LG전자에서 데이터와 AI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김준형 대표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김 대표는 엔지니어들이 설계 자료를 수집하고 변경 사항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의 구조화부터 설계 초안 작성, 오류 검토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SECA Design Intelligence Platform'을 구축하고 있다.

일반적인 제조 기업의 경우 고객의 요구사항은 문서에, 회로는 설계 도구에, 부품 정보는 별도의 시스템이나 엑셀에 분산 저장되어 있다. 설계가 변경될 때마다 담당자가 이 파편화된 자료들을 일일이 찾아 대조해야 하며, 만약 일부 문서에서 변경 사항이 누락될 경우 막대한 재작업 비용이 발생한다. 부품 교체 시에도 해당 부품이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지, 기존 회로 및 타 부품의 사양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설계 그래프와 AI를 통한 정밀한 오류 검증

세카는 도면과 표, 회로도 등에서 부품과 신호, 요구사항을 추출하여 이를 '설계 그래프' 형태로 연결한다. 사용자가 특정 부품을 선택하면 그와 관련된 요구사항과 회로, BOM 상의 사양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특히 AI의 판단 근거를 엔지니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에 원문 출처를 표기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커넥터의 핀 수가 변경되면 이와 연결된 하네스나 관련 부품의 사양까지 자동으로 추적하여, 충돌하거나 누락된 정보를 원문 위치와 함께 제시한다. 다만 최종적인 수정 여부는 엔지니어가 직접 판단하도록 설계되었다.

플랫폼의 기능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초안 작성 단계에서는 기존 설계 정보와 요구사항을 토대로 검토 내용을 정리하며, 검증 단계에서는 문서와 회로, BOM 간의 불일치 항목을 찾아낸다. 엔지니어는 AI가 제시한 근거를 바탕으로 설계 의도에 부합하는지 최종 결정한다. 또한 기존의 전자설계자동화(EDA)나 제품수명주기관리(PLM) 도구와 연동하여 고객사의 기존 공정을 유지하면서도 자료의 일치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보안을 위해 고객사 내부 설치나 폐쇄망 배포도 지원한다.

글로벌 시장 확장과 하드웨어 특화 AI 모델 개발

세카는 설계 정보의 구조화와 검증 모듈을 연간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하며, 고객사별 데이터 연동 및 초기 구축 서비스를 병행한다. 특정 부서에 먼저 적용해 효율성을 입증한 뒤, 이를 라이선스 계약과 매출로 연결하고 점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LG전자 실증에서 나타난 시간 절감 효과는 서로 다른 업무를 기준으로 측정된 것이기에, 세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율 개선이 지속되는지 확인하며 적용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이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LG전자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한 세카는 고객사별 맞춤형 시스템 연동 기능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가전, 자동차 전장, 반도체 제조사를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다. 기존 고객의 협력사로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PLM 및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공동 영업도 추진한다. 이미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와 베트남 오토메이션월드에서 제품을 선보였으며, 미국의 AI 기업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었다. 장기적으로는 자연어 요구사항과 회로의 동작(RTL), 넷리스트, 실제 배치 정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하드웨어 설계 특화 AI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세카는 KB유니콘클럽 6기 활동을 통해 기술의 상업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멘토링을 통해 고객 발굴 전략을 정교화하고, 실증 기회를 확보하여 정식 계약 전환과 투자 유치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김준형 대표는 엔지니어가 단순 문서 대조 업무에서 벗어나 설계와 문제 해결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하며, 실증된 효율성을 실제 매출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