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릴리 독점 깨는 차세대 비만치료제 경쟁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분야에서 투여 간격을 격주나 월 1회로 대폭 늘려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개발 전쟁이 치열하다. 주요 제약사들이 내년 중 임상 시험을 마무리하고 최종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라, 기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차세대 치료제들의 경쟁 구도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임상시험 등록 플랫폼인 클리니컬트라이얼스 자료를 살펴보면, 암젠과 화이자, 중국의 간앤리, 그리고 바이킹 테라퓨틱스 등이 월 1회 혹은 격주 투여가 가능한 신규 비만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에 주목받을 후보 중 암젠의 '마리타이드(Maritide)'는 항체와 펩타이드를 결합한 형태의 약물로, GIP 수용체를 억제하는 동시에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하도록 설계되었다.

암젠은 해당 약물의 투여 주기를 월 1회에서 연간 4~6회 수준까지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제2형 당뇨병(T2D)을 동반하지 않은 비만 및 과체중 성인 그룹과, 당뇨병을 함께 앓고 있는 성인 그룹을 대상으로 각각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암젠은 내년 1월 임상을 끝내고 상반기 내에 그 결과를 공식 발표할 방침이다.

화이자의 대규모 임상과 바이킹의 강력한 체중 감량

화이자는 월 1회 투약이 가능한 제형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1월 메트세라를 100억 달러에 인수하며 확보한 '베로베나타이드(Verobenatide)'라는 퍼스트인 클래스 펩타이드 후보물질을 앞세워 2028년 상업화를 노린다. 현재 화이자는 주 1회와 월 1회 방식을 모두 아우르는 총 10건의 임상 3상 시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에서도 성인 비만 환자 모집을 통해 아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 2상 데이터에 따르면 베로베나타이드의 메스꺼움 발생률은 38%, 구토 발생률은 23.3%로 나타나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화이자는 이 약물의 체중 감소 효능이 마운자로 및 젭바운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위고비보다 뛰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 바이오 기업인 바이킹 테라퓨틱스의 'VK2745' 역시 월 1회 투여 시장의 유력한 주자로 떠올랐다. GLP-1과 GIP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제인 이 후보물질은 33주간 투여했을 때 평균 21.7%의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대규모 피하주사 제형을 대상으로 한 2건의 임상 3상 등록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며, 내년 하반기에는 최종 3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중국 간앤리의 약물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신규 진입

중국의 간앤리 파마슈티컬스는 격주로 피하주사(SC)를 투여하는 합성 펩타이드 신약 '보팡글루타이드(Bopanglutide)'의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지난달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52주간의 임상 결과, 24mg 투여군은 15.12%, 48mg 투여군은 18.54%의 체중 감소를 기록하며 유의미한 수치를 나타냈다. 한국에서는 중외제약이 이 약물의 개발과 허가, 마케팅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 권리를 가졌으며, 오는 12월 임상을 시작해 2029년 3월까지 평가를 진행한다.

초기 단계임에도 주목받는 신규 진입자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2월 중국 제약사인 닝보 칭파 파마슈티컬스와 최대 185억 달러(약 24조 5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월 1회 투여형 주사제와 비만 치료 포트폴리오에 대한 독점적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따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내년 1월 임상 1상 평가 완료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