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과 공공기관을 가리지 않는 해킹 공습

사이버 공격의 파고가 금융권을 휩쓸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이후 불과 한 달 사이, 해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 금융사는 무려 20곳에 육박한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 등 증권 및 자산운용, 가상자산 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공공 영역의 보안망도 무력화됐다. 한국전력에서는 약 3만 5,000명에 달하는 임직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으며, 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해킹당하면서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방부를 포함한 20여 개 기관 및 단체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중국 연계 가능성과 고도화되는 공격 수법

이러한 연쇄 해킹 사태의 배후로 북한이나 중국 등이 지목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최근 북한의 인터넷주소(IP)를 이용해 금융권 전산망에 침투를 시도한 사례가 440만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록 IP 우회 기술로 인해 북한의 소행이라고 확정 짓기는 어려우나, 대규모 공격이 전개될 가능성에 대해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이스라엘 보안 업체인 드림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해커 집단이 PHP 프로그래밍 언어의 취약점을 이용해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의 서버 및 방화벽을 공격한 정황도 포착되었다.

제자리걸음인 보안 투자와 국가적 방어 체계의 필요성

해킹의 기술적 수준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보안 약점을 신속히 찾아내고 반복적으로 타격하는 방식으로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공격의 속도와 범위 또한 급격히 넓어지는 추세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보안 관련 투자는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 공시 종합 포털 자료를 살펴보면, 공시 대상 기업들의 전체 IT 투자액 중 보안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6.01%에서 지난해 6.28%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제 사이버 보안은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국가의 경제적 안정과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핵심 과제가 되었다. 금융 네트워크나 전력망 같은 국가 핵심 인프라가 마비될 경우 그 여파는 사회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보안 인프라 확충과 전문 인력 확보에 힘써야 하며, 정부는 보안 취약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공동으로 맞서 싸울 수 있는 국가적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이버 보안을 단순한 선택 사항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하는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