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방위로 몰아치는 북한발 해킹 위협

금융권 전반에 걸쳐 북한 인터넷주소(IP)를 이용한 대규모 해킹 시도가 포착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초 발생한 은행과 보험사 대상의 해킹 사태 이후, 북한 IP를 통한 공격 징후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 28일에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가상자산거래소까지 포함된 3개 금융사가 동시에 해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나 금융권 전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1일 금융보안 통합관제시스템인 ‘퍼스트’를 통해 각 금융사에 ‘북한 IP의 금융권 대상 스캔성 접근 관련 유의사항’을 담은 공문을 시달했다. 이는 당일 오전 3시경부터 북한 측에 할당된 IP를 통해 금융사 전산망의 취약점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보안상의 빈틈을 확인하려는 이른바 ‘스캔성 접근’은 공문 발송 시점까지 총 440만 410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첫 정보 유출 사고와 기업별 피해 현황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상 북한이 제3국 IP를 활용해 신원을 위장하는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북한 IP가 그대로 노출되어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격자가 타국 IP를 경유해 우회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이번 시도를 즉각 북한의 소행으로 확정 짓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시했다.

이러한 위협 속에서 대신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빗썸 등 3곳의 해킹 피해가 같은 날 잇따라 확인됐다. 대신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고객 3만 849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해커는 개인정보 처리용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에 침투해 계좌번호와 이메일, 주소, 고객명 등 암호화된 8개 항목을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 측은 지난 17일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과 연계된 투자일임 서버에서 비정상적인 접근 흔적을 발견하며 유출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일부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접근하면서 업무용 시스템 관련 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빗썸은 사내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그룹웨어 시스템이 해킹되어 임직원들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주식 거래 전산망을 운영하는 코스콤에도 해킹 시도가 있었으나 실제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 곳 모두 현재까지 개인신용정보의 유출이나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긴급 대응 및 금융권 보안 전수 점검

연쇄적인 사고 발생에 따라 정부와 금융당국은 즉각적인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송기호 3차장 주재로 금융위원회와 함께 긴급 대응회의를 소집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감독원은 대신증권과 빗썸에 현장점검반을 파견하여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와 피해 현황을 정밀 조사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기간에 이토록 많은 금융사가 피해를 입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앞서 은행권 사고 이후 예고했던 보안 전수 점검을 더욱 구체화하여 시행할 방침이다. 보안 관리 체계 전반을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외부와 연결되는 모든 전산 접점을 목록화하여 접근 권한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도록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