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 초보 가족을 위한 특별한 만남

지난해 전북 진안군 운장산 칠성대에서 인연을 맺은 박기환(35)씨로부터 뜻밖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때 그 시절 가을 운동회'라는 이름의 가족 행사에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캠프 스몰 스텝'(이하 캠스스)은 백패킹에 처음 입문하는 가족들의 안착을 돕기 위해 결성된 모임이다. 운영진으로 참여하는 박 씨는 캠프파이어 시간에 필자의 저서 '오늘도 아이와 산으로 갑니다'를 바탕으로 아들과 함께한 산행 경험을 참가자들과 공유하자는 제안을 건네왔다.

지난달 12일, 필자는 아들 서진이와 함께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작은 오토캠핑장을 찾았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폐교된 초등학교를 캠핑장으로 개조해 운영하는 공간이다. 오전 9시 30분경 현장에 도착하자, 캠스스 운영진이 활기찬 인사와 함께 필자 일행을 맞이했다. 운영진은 가장 먼저 도착한 필자에게 큰 나무 아래 명당자리를 안내하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세대 차이를 넘는 대화와 새로운 인연

자리를 잡고 내려온 넓은 운동장에서 아들은 캐치볼을 하며 최근 학교 체육 시간에 배운 '플라잉 디스크'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반던지기'라는 용어가 익숙한 필자와 달리, 아들은 줄임말인 '플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세대 차이를 보여주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필자는 아들의 학교생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사이 캠핑장에는 형색색의 텐트들이 들어섰고, 경기도 하남에서 9살 아들과 함께 온 한 아버지는 사업 때문에 부족했던 아이와의 시간을 채우기 위해 백패킹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첫 참가의 설렘을 전했다.

복고풍 의상과 열정적인 운동회

유튜브 채널 '큰언니캠핑'을 운영하는 인현숙(42)씨의 진행 아래 본격적인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청팀과 백팀으로 나뉜 40여 가족은 '추억의 가을 운동회'라는 주제에 맞춰 복고풍 의상을 갖춰 입었다. 동묘시장을 두 번이나 방문해 의상을 준비한 가족의 열정은 주변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박 터뜨리기, 미션 달리기, 미니 게임 등이 이어졌고, 특히 줄다리기와 이어달리기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필자와 아들은 청팀 주자로 나서 열심히 달렸으나, 마지막 순간 백팀의 역전을 허용하며 아쉽게 패배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모닥불 앞에서 나눈 백패킹의 의미

밤이 깊어지고 모닥불이 타오르자 참가자들은 모여 앉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필자는 아이에게 자연 속에서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산행을 지속하고 있으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행사를 기획한 인현숙 씨 또한 백패킹을 시작하고 싶어도 방법과 식사 준비 등의 막막함 때문에 망설이는 가족들을 위해 이 행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밤공기를 즐기며 뛰어놀고, 어른들은 각자의 백패킹 경험과 시행착오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밤하늘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모습에는 함께 시작할 동료가 있다는 든든함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