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종의 암을 유발하는 전리방사선의 치명적 특성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3에 명시된 전리방사선 항목을 살펴보면 그 위험성이 극명히 드러난다. 해당 조항은 침샘암부터 시작해 식도암, 위암, 대장암, 폐암, 뼈암, 피부 기저세포암, 유방암, 신장암, 방광암, 뇌 및 중추신경계암, 갑상선암, 그리고 급성·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까지 총 14가지의 질병을 열거하고 있다. 이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2012년 엑스선과 감마선에 대해 충분한 발암 근거가 있다고 결론지은 암 부위 목록과 일치한다. 이처럼 단일 요인이 이토록 방대한 종류의 암을 유발한다는 점은 전리방사선의 위력을 보여준다.

전리방사선이란 물질을 통과할 때 원자에서 전자를 이탈시킬 정도의 에너지를 보유한 방사선을 의미하며, 대표적으로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엑스선이 존재한다. 이들은 종류에 따라 투과력과 전리작용이 반비례하는 관계를 갖는다. 알파선은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구성되어 종이 한 장만으로도 차단이 가능하지만, 지하 공간에 축적되는 라돈이 방출하는 만큼 전리작용은 가장 강력하다. 반면 전자기파 형태인 감마선과 엑스선은 투과력이 매우 높아 납이나 콘크리트 같은 차폐물이 있어야 막을 수 있으며, 병원 검사나 공항 검색대에서 흔히 쓰이지만 전리작용은 알파선보다 약하다.

외부피폭과 내부피폭, 방호 방식의 결정적 차이

방사선의 특성에 따라 방호 전략도 이분화된다.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과 엑스선은 신체 외부에서 침투하는 외부피폭을 경계해야 하므로, 비파괴검사원이나 방사선사와 같은 종사자들은 작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물리적 거리를 확보하고 차폐 시설을 이용해 방어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알파선은 투과력은 낮지만 전리작용이 매우 강력해 호흡을 통해 체내로 유입될 경우 치명적인 내부피폭을 일으킨다. 라돈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기체인 라돈은 환기가 불량한 지하 공간에 쌓일 경우 농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산재보험법 별표3이 라돈에 대해 '지하 등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장소'라는 조건을 붙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방사선 단위와 결정적·확률적 영향의 구분

방사선 노출은 세 가지 단위로 측정된다. 방사성 물질의 초당 붕괴 횟수인 베크렐(Bq), 체중 1kg당 흡수된 에너지 양인 그레이(Gy), 그리고 그 에너지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나타내는 시버트(Sv)가 그것이다. 동일한 1Gy의 에너지라도 알파선은 감마선보다 20배 더 해로운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항공승무원이나 비파괴검사원 등 노동자의 피폭 기록은 흡수된 에너지가 아닌 인체 유해성을 반영한 밀리시버트(mSv) 단위를 사용한다.

방사선의 영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피부 화상, 탈모, 백내장, 불임 등은 특정 선량을 초과해야 나타나며 노출량이 클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결정적 영향'을 받는다. 반면 암은 선량에 역치가 존재하지 않는 '확률적 영향'을 받는다. 즉, 아무리 적은 양을 쬐더라도 암 발생 확률이 0이 되지는 않으며, 선량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 확률도 함께 높아진다.

사회적 합의로서의 선량한도와 법적 근거

이러한 차이는 원자력안전법이 규정하는 선량한도의 기준을 결정한다. 수정체(연간 50mSv)나 피부(연간 500mSv)처럼 장기별로 설정된 한도는 백내장이나 피부 손상 같은 결정적 영향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역치 아래에 한도를 두어 사고를 예방하는 목적이다. 반면 전신 피폭 한도는 암과 같은 확률적 영향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방사선 작업 종사자는 5년간 100mSv, 연간 50mSv를 넘지 않아야 하며, 일반인은 연간 1mSv 기준을 따른다. 이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을 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방호 원칙에는 한도 준수와 별개로 '합리적으로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이 존재한다.

산재보험법 별표3이 특정 암에 대해 구체적인 선량을 기재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10mSv와 100mSv 사이의 차이는 암의 발생 여부가 아니라 발생 확률의 차이일 뿐이며, 특정 수치 이하라고 해서 위험이 없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2025년 서울행정법원이 항공승무원의 백혈병을 인정한 판결 역시, 일정 선량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해서 방사선 노출이 안전하다고 확언할 수 없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