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협상 종료와 새로운 입찰 준비

한국수력원자력이 27조 원에 달하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두고 대우건설 및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시공계약 협상을 마무리했다. 공사 비용 산정과 리스크 분담 체계를 둘러싼 양측의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시공사 재입찰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공사 일정의 차질 여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수원은 29일 공식 발표를 통해 주요 계약 조건에 대해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시공계약 협상 종료를 알렸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의 공동협력협약을 해지하는 절차에 들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시공사를 뽑기 위한 입찰 준비를 시작할 방침이다. 한수원 측은 주계약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고, 사업이 원래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팀코리아의 변화와 사업 추진 경과

이번 결렬로 인해 '팀코리아'의 구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팀코리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이미 원자로와 터빈발전기 등 주기기 공급계약을 마친 두산에너빌리티는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남게 된다.

한수원은 지난 2018년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목표로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낙점하고 이들과 공동협력협약을 맺었다. 이후 2022년 입찰에 참여해 2024년 7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체코 발주사인 EDUⅡ와 최종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해당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두코바니 5·6호기)를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029년 11월 착공을 거쳐 2037년 4월과 2038년 4월에 각각 5호기와 6호기의 시범운전을 시작하고, 2년 뒤 상업운전에 돌입하는 일정이다.

공사비 산정 방식 둘러싼 날선 공방

한수원과 대우건설의 갈등은 시공비 결정 방식과 위험 분담 구조에서 기인했다. 한수원은 전체 시공비를 확정 짓는 계약 방식을 고수했으나, 시공사 측은 상세설계 단계에서 늘어나는 물량을 정산하는 방식을 요구하며 충돌했다. 이러한 갈등은 수주 이전부터 징후가 있었다. 2022년 원전 1기에 대한 최초 입찰 당시에는 조건에 합의했으나, 2024년 4월 원전 2기에 대한 최종 입찰 과정에서는 합의에 실패했다. 당시 한수원은 시공사와 합의되지 않은 자체 시공비를 최종 입찰서에 담아 제출했다.

협상 종료 선언에 대해 대우건설은 즉각 반발했다. 컨소시엄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대우건설은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의 수정안을 내는 등 최선을 다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이 일방적으로 결렬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사안이 자사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컨소시엄 소속으로서 재입찰 참여가 허용되는 만큼, 신규 시공사 입찰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설계 변경 리스크와 정치적 배경 논란

한수원은 대우건설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한수원은 리스크를 일방적으로 떠넘기거나 부당한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물량 증가분을 반영해 시공비를 높이고 계약 시점이 아닌 기본설계 승인 시점에 총액을 확정하는 절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두코바니 원전의 개념설계는 지난 4월 제출되었으며, 내년 중 기본설계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이 유럽 수출용 APR1000을 무리하게 수주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APR1000은 기존 APR1400을 토대로 유럽 안전 기준에 맞춰 개발된 모델로, 아직 실제 건설 실적이 없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APR1400과 설계 요건이 판이한 만큼 설계 변경과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 위원은 설계 변경이 발생할 경우 기존 설비의 해체와 재시공이 필요해 공사비와 기간, 이자 부담이 급증한다고 설명하며, 이번 수주가 정부의 정치적 치적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된 결과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