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시총 5000억 달러 증발과 기술주 약세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2.54포인트(0.25%) 빠진 5만2342.56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3.59포인트(0.30%) 하락한 7720.39로 내려앉으며 3거래일간 이어온 상승세를 멈췄다. 특히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365.13포인트(1.37%) 급락한 2만6184.72로 장을 마쳤다.
이날 시장을 뒤흔든 핵심 요인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부진한 실적이었다. 알파벳은 3분기 매출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고 AI 관련 투자로 인한 현금 유출이 심화되자 12.64% 폭락했다. 이로 인해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단 하루 만에 약 5000억 달러가 사라졌다. 특히 구글의 AI 기반 검색 서비스가 기존의 검색 광고 모델보다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AI 인프라가 언제쯤 수익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압도했다.
반도체 및 중장비 섹터의 동반 하락
반도체 업종 또한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마감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42% 하락한 1만1518.20을 나타냈다. 개별 종목으로는 마이크론이 4.98% 급락했으며, AMD(-2.08%), 브로드컴(-1.94%), 엔비디아(-0.80%), 인텔(-3.62%) 등이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 종목도 1.58%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부문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소폭 하락했으며,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같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들도 각각 5% 내외의 낙폭을 기록했다.
중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 역시 3분기 실적이 예상을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장비 부문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며 9.3% 급락했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기록한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반면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비만치료제 판매 호조에 따른 실적 전망 상향으로 6.6% 상승했다. 포드는 3분기 매출 호조로 12.4% 급등했고, 머크는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3.8% 올랐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1.0% 상승하며 대형 기술주와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애널리스트는 AI 우려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지는 않고 있으며, 다른 투자처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 성장과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
미국 경제 지표는 견조한 성장과 물가 압박이라는 양면성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연율 3.4%로 집계되어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며 경제의 건실함을 증명했다. 그러나 연준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9월 들어 상승폭을 키우면서 물가 우려를 자극했다. 중동 지역의 전쟁 여파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전날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하며 지난 9월의 0.25%포인트 인상 이후 추가 조치를 보류했다.
연준은 물가 압력이 여전함을 인지하면서도 추가 정책 결정을 내리기 전 더 많은 경제 데이터를 확인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기업들의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LSEG 자료에 따르면 S&P500 기업 253곳 중 81%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냈으나, 투자자들의 관심은 실적 수치보다 AI 투자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쏠려 있었다. 장 마감 후에도 불안은 계속되었다. 아마존은 4분기 매출 전망 부진으로 시간외 거래에서 6% 이상 하락했으며, 인텔은 PC 시장 침체 우려로 시간외 주가가 16% 폭락하며 기술주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