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SNS 댓글에 쏟아진 이주민 배척과 비하
“외국인이 이곳에서 약자라고 느낀다면 본국으로 돌아가면 된다”, “다문화 가정이 국적을 얻은 뒤 잠적한다”, “역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글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 아래에 줄지어 달렸다. 이주 배경을 가진 시민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세우거나 배척하는 댓글이 상당수 관찰된 것이다. 한 누리꾼은 대통령을 향해 “글을 게시한다면 어떤 차별적 발언들이 올라오는지 댓글도 반드시 확인해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이주 배경 시민들과 관련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이 사회 구성원 간의 분열을 초래하고 혐오와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만연한 이주민 혐오 정서와 맞물리며 소수자를 공격하는 도구로 쓰이거나, 이들을 배척하는 날 선 표현들을 확산시키는 양상을 띠고 있다. 발언의 의도나 사실 여부를 떠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 수반의 언어는 더욱 신중하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역차별' 프레임이 불러온 공론장의 왜곡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를 통해 다문화가정이 내국인 가정과 비교해 차별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당연히 지속되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도, 본래 취지를 벗어난 과잉 지원이 특혜로 이어지거나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다문화가족 산모 우대 정책 재검토 관련 글이 논란이 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올린 게시물이다.
해당 커뮤니티의 글에는 ‘배려를 권리로 착각한다’거나 ‘중국인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식의 비하 발언과 원색적인 욕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게시물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조회수가 62만 회를 넘어서며 일종의 ‘성지’처럼 소비되고 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다문화가정이나 농촌 외국인 노동자 등 특정 집단을 겨냥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러한 발언이 차별적 행동을 용인하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강력한 우려
전문가와 이주 관련 단체들은 대통령의 해명 글조차 ‘다문화가정’과 ‘내국인 가정’을 대립 구도로 설정해 소수자를 위축시켰다고 비판했다. 다문화가정 구성원 상당수가 한국 국적을 가진 내국인이며, 이들이 사회적 기반이 취약한 구성원임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고기복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단순한 역차별 프레임으로 환원해 시민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를 지적하며, 국가의 책무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여론에 밀려 축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주하 동국대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역시 대통령의 발언이 약자에 대한 배제를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사회가 주목하는 핵심은 대통령의 발언이 지닌 파급력이다. 송은정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대통령의 의도와 상관없이 온라인상에서 반이민 정서를 가진 이들이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일반 시민에게도 강력한 지침이 될 수 있으므로 발언의 맥락과 사회적 영향을 정교하게 살펴야 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설익은 정책 재고 신호가 건강한 공론장을 형성하는 대신 혐오가 난무하는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