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패치 무색하게 만든 'PHP2Shell'의 습격

웹 개발의 핵심 언어인 PHP의 보안 결함이 드러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이를 이용한 실질적인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보안 패치가 배포된 이후에도 공격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한국의 방화벽을 겨냥한 조직적인 공격 징후까지 포착되어 긴장감이 더해지는 양상이다.

29일 보안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안 기업인 드림(Dream) 산하 연구소인 드림 리서치는 지난 23일부터 24일 사이의 공격 사례를 분석했다. 이들에 따르면 해커들은 중국의 인터넷 검색 엔진인 '포파(FOFA)'를 활용해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지역에 위치한 방화벽 240대를 최종적인 공격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관리자 권한 탈취로 이어진 침투 경로

해커들은 방화벽 관리 서버 내에 존재하는 'PHP2Shell'이라는 원격 코드 실행 취약점을 파고들었다. PHP 측이 지난 21일 보안 패치를 내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 결함이 실제 공격 경로로 활용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커들은 총 24대의 방화벽으로부터 최고 관리자 권한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침해 규모는 미국 정부 관련 기관의 방화벽 2대가 뚫린 데 이어, 내부 방화벽을 관리하는 서버 1대가 추가로 공격받으면서 총 25대로 늘어났다. 해커들은 방화벽을 거점으로 내부 네트워크에 진입한 뒤, 여러 방화벽을 통제하는 중앙 관리 서버까지 침투했다. 만약 관리 시스템의 설정값이나 인증 정보에 대한 권한을 해커가 완전히 장악할 경우, 그 피해 범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민감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유출되었는지, 혹은 추가적인 시스템 침해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권한을 빼앗긴 24대의 장비 중 국내 장비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폭증하는 공격 시도와 AI 기반의 보안 위협

PHP 취약점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부터 이를 노린 해커들의 공세는 매우 거셌다.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의 델프트 위협 인텔리전스 연구소는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PHP2Shell을 이용한 공격 시도가 무려 7만 2343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공격의 근원지로 파악된 IP 주소는 총 659개였으며, 이 중 174개의 IP에서는 악성코드 설치 프로그램이나 특정 코드를 전송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소프트웨어의 결함을 찾아내는 데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보안 업계는 AI의 압도적인 취약점 발견 속도를 따라잡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 5월부터 1300개 이상의 버그를 찾아냈으며, 구글 역시 지난 6월 AI를 활용해 크롬 브라우저에서 최근 2년 치를 상회하는 1072개의 버그를 발견해 수정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지난 2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대담을 통해, AI 시스템이 찾아내는 취약점의 양이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모든 문제를 찾아내 수정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겠지만, 전체 공급망에 존재하는 수많은 버그를 하나씩 패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