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체불 방지 위해 2028년부터 단계적 의무 도입
정부가 근로자의 소중한 퇴직금을 보호하기 위해 2028년부터 퇴직급여를 외부 기관에 적립하는 것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또한 전문성을 갖춘 제3자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본격 가동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29일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된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은 지난 2월 노사정이 합의한 개편 방향을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정부는 다음 달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임금체불액 중 퇴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1.1%로, 금액으로는 8,229억 원에 달한다. 반면 2024년 기준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6.5% 수준에 머물러 노후 소득 보장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퇴직급여를 금융기관 등에 의무적으로 적립하게 되면, 회사가 경영난을 겪거나 폐업·파산하는 상황에서도 퇴직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이번 조치로 기존 퇴직금 제도는 퇴직연금으로 전환된다. 다만 의무화 시행 전의 근속 기간은 퇴직금으로, 시행 이후부터는 퇴직연금으로 지급받게 된다.
연금 수령 자동 전환 및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
정부는 퇴직급여를 장기적으로 적립해 안정적인 노후를 지원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일시금과 연금 중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을 개선해, 사전에 일시금 수령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주거비나 의료비 등 긴급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확대하는 대책도 병행한다.
제도 도입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도 포함됐다. 30인 미만 중소기업이 퇴직연금을 조기에 도입할 경우, 최저임금의 130% 미만을 받는 노동자의 부담금 중 10%를 정부가 지원한다. 아울러 50인 미만 기업이 퇴직연금을 새로 도입하고 1개월이 지나면 경영자금 융자 시 대출이자의 2%포인트를 지원할 예정이다.
사외적립 의무화는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법 개정안이 올해 통과될 경우, 2028년에는 1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해 2029년에는 10~99인, 2030년에는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될 계획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으로 수익률 제고 추진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도 도입된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6.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국민연금(18.82%), 공무원연금(17.2%), 사학연금(18.9%) 등 공적 연금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여러 기업의 적립금을 모아 대규모 기금으로 운용하는 기금형 제도를 통해 기대수익률을 높이고 다층적인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이 설립하는 영리형 ‘금융기관 개방형’, 복수의 사용자나 노사단체가 설립하는 비영리형 ‘연합형’,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을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공공기관 개방형’이 그것이다.
제도 운용 시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법에 명시하며, 수탁법인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가입자의 손해배상청구권도 법적으로 보장하며, 적립금의 0.25%를 운영위험준비금으로 적립해 손실에 대비한다. 또한 자산 보관과 성과 평가는 외부에 위탁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대상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며, 한 사업장에서 기존 계약형과 기금형을 동시에 운영하거나 여러 기금을 설정할 수 있어 노동자의 선택권도 넓어진다. 아울러 개인형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도 단계적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다만 기금형 도입에 대해서는 노사정과 전문가 사이의 이견이 있어 향후 국회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