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준회원국' 표현과 남은 갈등
유럽연합(EU)이 캐나다와의 공동성명 초안에서 '준회원국'이라는 용어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결과다. 다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여전히 해당 표현을 사용하며 캐나다와의 관계 정립 방식을 논의하고 있어, 양측의 합의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28일 로이터와 AFP, 폴리티코 유럽판의 보도에 따르면, 오는 29~3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되는 EU·캐나다 정상회의의 공동성명 초안에서 캐나다의 준회원국 지위를 명시하던 문구가 삭제됐다. 대신 정식 가입은 아니더라도 '더욱 긴밀한 연계'를 도모한다는 취지의 표현이 대체되었다. 양측은 내년 정상회의 전까지 이 새로운 관계를 구체화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회원국들의 반대와 법적 근거 문제
이번 '준회원국' 구상은 지난 9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국정연설을 통해 처음 제안한 것이다. 캐나다를 EU의 첫 번째 준회원국으로 지정해 경제 및 안보 협력의 수준을 높이자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갑작스러운 제안에 대해 일부 회원국들은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과 세부 내용의 불확실성을 들어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독일은 명확한 법적 지위나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성명에 해당 개념을 담는 것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며 논의를 주도했다. 프랑스와 그리스 등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EU 조약에는 '준회원국'이라는 지위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유로뉴스는 독일이 명칭 확정보다는 캐나다와의 실질적인 협력 내용을 구체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폰데어라이엔의 의지와 캐나다의 실리 중심론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몬트리올 도착 직후 '준회원국'이라는 용어를 다시 언급하며 논쟁의 불씨를 남겼다. 그는 캐나다를 EU의 첫 준회원국으로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비유럽 국가와 맺을 수 있는 가장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반면 캐나다는 명칭보다는 실질적인 이익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특정 명칭은 중요하지 않으며, 캐나다 국민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정상회의가 향후 약 1년간 진행될 공식 협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확대
명칭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함에도 양측의 협력 확대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캐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이후 대미 경제 및 안보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며, EU는 중국에 편중된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의 EU 관계자는 AFP를 통해 기후, 에너지, 인공지능 분야의 정책 조율과 캐나다의 EU 프로그램 참여, 그리고 공동 운영 체계 구축 등이 새로운 협력 관계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동성명 초안에는 유럽과 캐나다, 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망 구축 사업과 캐나다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유럽 수출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공동 조사 등이 포함되었다. 이와 더불어 청년 세대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