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구상, 과학적 검토 단계로 진입
일론 머스크가 제안했던 '우주 위성을 활용한 태양광 차단'이라는 공상 같은 아이디어가 과학계의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 5000개의 거대한 '우주 양산'을 설치해 지구의 평균 기온을 1도 가량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과거에는 로켓 발사 비용 문제로 실현 불가능한 상상에 불과했으나, 최근 발사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실제 기술적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기구인 '행성 햇빛 가림막 연구소'는 최근 우주를 통한 태양빛 차단 기술의 타당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영국 노팅엄 대학교와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이 참여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로켓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향후 20년에서 40년 사이에 우주 햇빛 가림막 건설을 위한 착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36만km 밖 라그랑주점에 펼쳐지는 40km급 위성
지난 8월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달에 설치된 발사 장치를 활용해 지능형 위성을 지구와 태양 사이의 중력 균형점에 배치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이 약 10억 년간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 전환만으로는 기후 위기를 완전히 막기 어려우므로, 해안 침수 등의 재앙을 막기 위해 향후 50년 내에 우주 위성을 통한 온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지구와 태양 사이에 거대한 반사막을 배치해 입사되는 햇빛의 일부를 차단하는 것이다. 기후 모델링 결과, 태양 에너지의 약 1%만 차단해도 지구 평균 온도를 1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지구로부터 약 236만km 떨어진 우주 공간, 즉 태양빛의 압력과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 부근에 약 5000개의 초대형 반사 위성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각 위성은 지름이 40km에 달하며, 중심부에서 10km 길이의 얇은 반사 날개 512개를 회전시켜 거대한 양산 형태를 유지한다. 원심력을 이용해 날개를 펼치고, 태양광의 미세한 압력을 조절 기제로 삼아 위성의 위치를 잡는다. 또한 원격 제어를 통해 날개 각도를 변경함으로써 햇빛 차단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한편, 우주에 미세 입자를 뿌려 구름을 만드는 방식도 논의되었으나, 기술적 불확실성이 위성 방식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달 자원 활용한 건설 전략과 남은 과제
물론 현실적인 난관도 적지 않다. 위성 5000개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재는 약 7000만t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인류가 지금까지 우주로 보낸 모든 물체의 무게를 합친 것보다 1500배나 무겁다. 이에 연구진은 지구에서 일부 부품을 가져오되, 중력이 약한 달에서 자원을 채굴해 현지에서 위성을 조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달을 활용하면 무거운 자재를 지구에서 쏘아 올리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비용 역시 수십조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며, 수많은 로켓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과 강수량 변화 및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 감소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기온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이 연구의 핵심 동력이다. 영국 정부 산하 첨단연구혁신청(UKRI)은 약 40만 파운드(한화 약 7억 60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며 이 구상을 공식적인 연구 과제로 격상시켰다. 연구진은 발사 비용 하락에 따라 이 기술이 더 이상 공상이 아님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