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방위로 확산하는 해킹 위협

빗썸을 비롯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대신증권에서 연이어 해킹 사건이 터져 나왔다. 시중은행권에서 시작된 일련의 해킹 공격이 이제는 사실상 금융 산업 전 영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달 신한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을 포함한 1·2금융권 10여 개 기관이 동시에 공격을 받아 수만 명의 정보가 빠져나간 지 겨우 한 달 만에 또 다른 대규모 유출 사고가 터졌다. 이로 인해 국내 금융권 전반의 보안 체계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복되는 보안 사고와 취약한 방어 체계

대신증권의 경우 고객 3만 8490명의 이메일과 성명 등 총 8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회사 측은 해커가 핵심적인 업무 시스템에는 도달하지 못해 투자금 인출과 같은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허술한 보안 수준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나날이 정교해지는 해킹 수법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 기업만의 사안도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2022년부터 지난 8월까지 5년간의 금융권 보안 사고를 조사한 결과, 한 번 피해를 입었던 금융사가 다시 유사한 사고를 겪는 반복적 패턴이 확인되었다. 사고 발생 건수가 가장 많았던 곳은 SC제일은행(83건)이었으며, 최근 해킹을 당한 신한은행(37건)과 KB국민은행(46건) 역시 사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사고 이후 실질적인 재발 방지책을 세우지 못해 해커들의 표적이 더 쉽게 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감독기관의 책임과 금융사의 투자 과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AI가 해킹 도구로 쓰이면서 동시다발적인 공격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방어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이의 발언은 타당하나, 금융감독기관은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개별 금융사의 보안 체계를 미리 점검하고 사고 전 대비를 독려했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감독기관이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감독기관 수장이 보안 강화를 지시한다고 해서 개별 금융사가 즉각적으로 시스템 수준을 높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금융소비자가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진작 보안에 과감히 투자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업 채널을 늘리는 등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만 매몰되어 적절한 투자 시기를 놓쳤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곳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기관은 자금 인출 사고와 같은 치명적 위협에 직면하지 않도록 신속히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