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도약 대신 명품 전략 택한 맥북 프로
터치스크린과 탠덤 유기발광다이오드(Tandem OLED) 디스플레이를 핵심 사양으로 내세운 애플의 신형 맥북 프로 라인업이 공개됐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제품의 기본 시작 가격이 이전 세대와 비교해 최대 500달러가량 인상된 데다, 최고 사양 모델의 경우 가격이 2,000만 원(1만 4,549달러)에 달하는 기형적인 가격표를 달고 나왔기 때문이다.
애플이 전문직 종사자와 충성도 높은 팬덤을 이용해 과도한 마진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아이폰 듀오'가 출시 직후 화면 중앙이 갈라지는 '크랙게이트' 문제로 곤혹을 치른 상황에서, 애플이 주력 수익원인 맥북 라인업을 통해 하드웨어 혁신 대신 명품 브랜드 특유의 고가 정책을 펼치며 실적과 영업이익률을 방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폐쇄적 생태계 악용한 가격 인상 논란
이번 가격 인상의 본질을 두고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혁신에 따른 정당한 대가가 아닌, 자신들이 구축한 폐쇄적 생태계를 무기로 삼은 '인질극'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윈도우 환경으로 쉽게 전환할 수 없는 작업 환경과 macOS의 종속성을 이용해, 국내 전문직군과 충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가격 저항선을 시험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발표된 국내 출고가는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 한계를 넘어섰다. 탠덤 OLED가 탑재된 14인치 맥북 프로의 기본가는 479만 원부터 시작한다. 상위 모델로 갈수록 상승 폭은 더욱 가파르다. 16인치 모델은 559만 원부터, 최상위 칩셋을 장착한 14인치 모델은 759만 원(교육용 707만 9,000원)이며, 16인치 최상위 모델은 809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고화질 영상 편집을 위한 GPU나 통합 메모리 옵션을 추가하면 기기 한 대 가격이 1,000만 원대 중후반을 가볍게 넘어선다.
지각 도입된 기술과 베블런 효과의 함정
업계가 이번 가격 책정을 비판하는 결정적 이유는 기술 도입의 시점이다. 애플이 내세운 디스플레이 교체는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이라기보다, 경쟁사들이 이미 수년 전 완료한 기술을 뒤늦게 가져온 '지각 도입'에 가깝다. 델, 에이수스, 레노버, 삼성전자 등 윈도우 진영은 이미 2021~2022년부터 플래그십과 중급형 노트북에 120Hz 고주사율 패널을 보편적으로 사용해 왔으며, 터치스크린 역시 10년 넘게 기본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았다. 애플의 탠덤 OLED 기술 또한 이미 올해 상반기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에 적용됐던 공정을 노트북 크기로 확장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애플은 경쟁사들이 단가를 안정화한 부품을 뒤늦게 도입하며 '맥북 역사상 최초'라는 상징성을 부여해 고가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 프로세서 아키텍처나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 발전 없이 패널 교체만을 구실로 전 라인업의 가격대를 끌어올린 셈이다. 이는 기술 주도형 가격 정책이 한계에 부딪히자, 비쌀수록 가치 있어 보인다는 '베블런 효과'를 노린 '에르메스식 명품화' 전략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한다.
락인 효과와 옵션 장사로 인한 비판
전문가들은 애플이 맥 생태계에 갇힌 이들의 '락인(Lock-in)' 효과를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 파이널 컷 프로나 로직 프로 등 맥 전용 소프트웨어에 작업 환경이 묶인 영상 편집자와 개발자들은 가격이 올라도 윈도우로 이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낸드 플래시와 D램 가격이 안정된 상황에서도 램이나 저장 용량 업그레이드 시 수십만 원을 요구하는 '옵션 장사' 방식도 여전하다.
국내 시장 대응에 대한 불만도 크다. 고환율 상황에서 한국 출고가가 미국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애플코리아는 적절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이폰 듀오의 결함 논란에는 본사 지침을 이유로 침묵하면서, 신제품 맥북을 통해서는 충성 고객의 지갑을 열어 마진을 확보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