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회의 구조의 대대적 변화 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 3.75~4.0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28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회의 운영 방식에 대한 혁신적인 개편 일정을 공개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금리 결정을 위한 회의 횟수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현재 연간 8회 운영되는 FOMC 회의는 내년에 7회로 감소하며, 내후년에는 6회까지 줄어들게 된다. 줄어든 회의만큼의 빈자리는 중장기적인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로 채워질 예정이다. 이는 지난 7월 워시 의장이 제안했던 '금리 결정 기능과 전략 논의 기능의 분리'를 내년 가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금리 동결 결정에는 위원 10명의 찬성이 있었으나, 리사 쿡 이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지난달 단행한 금리 인상의 효과를 면밀히 관찰하고 경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인상 시점을 유보한 것이다. 회의 개편의 목적은 당면한 금리 결정에 매몰되어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장기적 정책 전략 수립을 위한 시간을 별도로 확보하는 데 있다. 워시 의장은 연간 8회의 회의 개최가 적절하다고 보면서도, 2027년에는 한 차례의 회의를 광범위한 통화정책 전략 논의에 전적으로 할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회의에서는 기준금리에 대한 표결이나 공식적인 정책 성명 발표를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2028년에는 전략 논의 회의를 두 차례로 확대하고 금리 결정 회의는 6회로 축소할 방침이다.

시장 예측보다 경제 데이터 우선하는 기조

내년 가을부터 본격화될 이번 개편은 단기 경제 지표를 근거로 금리를 정하는 회의와 긴 호흡으로 정책의 수단 및 방향을 검토하는 회의를 이원화하는 작업이다. 전략 회의의 결과물을 대외적으로 어떻게 공표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워시 의장은 회의의 일정과 의제를 설정하는 과정이 단순한 행정적 절차를 넘어, 논의의 질을 높이고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제도적 변화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준은 향후 정책 방향을 시장에 미리 예고하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위기 상황이 아닌 이상 '포워드 가이던스'를 활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12월의 금리 향방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했다. 특히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치인 점도표 작성 시 본인의 전망치는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출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장이 연준의 사전 신호가 아닌 실제 경제 상황에 직접 반응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준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날 발표된 성명에서는 경제 활동의 확장 속도를 지난달의 '견조한(solid)' 수준에서 '강한(strong)'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러한 경제 평가 상향과 추가 정보 확인을 위한 결정이 물가 추이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시 의장 역시 경기 상황보다는 물가 안정에 더 큰 무게를 두었다. 그는 실물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수치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최근 에너지 및 관련 품목의 가격이 반등함에 따라, 특정 부문의 물가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 여건 검토와 한국 경제에 대한 관심

지난달 금리 인상이 가져온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일부 가계와 기업의 금융 및 신용 여건이 긴축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으나, 전체적인 금융 환경을 아직 '긴축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금 조달 여건이 이전보다 까다로워졌음에도 이것이 경제 활동을 억제할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 것이 특정 날짜나 단일 지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다수의 위원이 기존 조치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데이터를 확인한 후 다음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11월 3일 중간선거를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서는 이번 결정과 정치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회의 중 정치적 언급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워시 의장은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달러 자금시장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그는 미국이 한국 경제를 예상보다 훨씬 깊이 있게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AI와 같은 신기술 분야의 투자에 필요한 핵심 투입재 상당수가 한국과 일본에서 공급되는 만큼, 한국의 경제 흐름이 미국의 투자 동향을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논리다. 그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선박과 항공기에 실린 화물 내용이 한국 경제를 보여준다고 비유했다.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서는 20년 지기 친구이자 유능한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친분을 드러냈다. 아울러 자산 축소에 관한 추가 논의는 현재 태스크포스에서 검토 중이며, 그 권고안이 내년 1분기 초 FOMC에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대차대조표 변경 여부는 제안된 내용을 진지하게 검토한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