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 속도의 극명한 차이
미국 전직 고위 군 관계자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술 개량 주기가 미국의 그것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단 몇 일 혹은 몇 주 만에 기술을 전장에 맞게 수정하는 반면, 미국은 이 과정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JP 맥기 예비역 미 육군 중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SIPA) 글로벌정치연구소가 주관한 미국·우크라이나 관계 웨비나에 참석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에서 전략·계획·정책 담당 국장을 역임한 맥기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및 관련 산업계와 협력을 강화해 기술 개선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기는 이러한 속도 차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우크라이나의 절박한 상황이 빠른 적응을 강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록 전면전을 치르지 않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동일한 속도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기술적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한 단순히 신기술을 확보하는 단계에 머물지 말고, 전장에서 습득한 실전 경험을 미군의 훈련 체계와 전투 방식에 적극적으로 통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제품에서 양산으로, '죽음의 계곡' 극복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생산 역량이다. 앤드루 피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우크라이나가 보여주는 양산 능력에 주목했다. 그는 많은 방산업체가 시제품 개발 이후 실제 대량 생산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이른바 '죽음의 계곡'에 빠지는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작동하는 모델을 전장 환경에 맞춰 빠르게 생산 규모를 키우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크는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생산 전환 모델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쟁 지속을 결정짓는 근본적 토대
다만 맥기는 기술적 혁신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탱하는 근간은 국가를 수호하려는 강한 의지와 동맹국들의 지원, 그리고 탄탄한 인구 및 방위산업 기반이라고 분석했다. 드론이나 AI, 통신 기술의 진보 역시 이러한 기초적인 토대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아울러 러시아 역시 전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으므로, 우크라이나만의 독보적인 성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현재 양측 모두 전선을 획기적으로 돌파할 만한 역량은 부족한 상태다. 맥기는 기술의 빠른 개량이 전투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곧장 전쟁의 종결이나 완전한 승리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