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초광역특구법'이라는 명칭의 법안을 두 가지 버전으로 발의하면서, 향후 두 법안이 병합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규제 완화와 세제 및 재정 지원을 골자로 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인력 운용의 핵심인 노동 관련 특례 조항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선택근로제 확대 쟁점

현재 논의의 중심에는 연구직 등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적용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들의 실질적인 쟁점은 단지 근로시간 규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주기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과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연장하는 조항 등 기업의 인력 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특례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병합 심사를 거쳐 확정될 최종안에 이러한 노동 특례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포함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 기록에 따르면 박상혁 의원은 지난 10월 20일 초광역특구법을 대표 발의했으며, 바로 다음 날인 21일 최기상 의원 또한 동일한 명칭의 법안을 제출했다. 두 안의 결정적인 차이는 노동 특례의 유무다. 박 의원안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해 근로시간, 휴게, 휴일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명시했다. 또한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최대 6개월로 확장하고, 노사 합의가 있다면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까지 늘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반면 최 의원안에서는 이러한 노동 관련 특례 사항이 모두 제외되었다.

민주당은 노동 특례가 포함된 안과 제외된 안을 동시에 상정하여, 노사정 간의 충분한 숙의와 사회적 대화를 거친 뒤 병합 심사 단계에서 최종안을 도출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의 노동 특례가 살아남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첨단산업 맞춤형 인력 운용을 위한 요구

산업계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외에도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와 같은 폭넓은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반도체, AI,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는 신제품 개발이나 공정 전환, 양산 준비 단계 등 특정 시점에 R&D 업무가 급격히 몰리는 특성이 있다. 만약 정산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난다면 기업은 반년 단위의 프로젝트 흐름에 맞춰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기간제 사용 기간이 4년으로 확대될 경우,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전문 인력을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경영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특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법안 논의 과정에서 기업이 직접적으로 찬반 입장을 표명하기에는 노동계와의 갈등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고소득 R&D 인력에 초점을 맞춘 제도라면, 선택근로제 확대는 훨씬 넓은 범위의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문제라고 설명하며 두 제도 모두 중요도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경영계의 촉구와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초광역특구 내에서라도 근로시간 유연화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희 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은 경영계가 근로시간 제도의 전반적인 유연화를 지지하며, 이번 특구 내 특례 적용이 국회 논의를 통해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특별법 제정 대신 시행령 개정을 통한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10월 23일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반도체 R&D 인력의 특례 요구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시행령을 통해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논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계의 저항은 거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은 지난 10월 26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특례들이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고 고용 불안을 심화시키며 지역 간 노동 조건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향후 노사정의 논의와 법안 병합 과정에서 노동 특례의 반영 수위가 핵심적인 충돌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