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노동시장 이동성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정부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정립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임금 차이를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불안정한 고용 형태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청년들이 경력을 쌓은 뒤에도 대기업과 같은 안정적인 직장으로 옮겨가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출신이라도 본인이 쌓은 기술과 책임 범위에 걸맞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경력 개발을 지원하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동향팀이 26일 발표한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이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비율은 2014~2019년 사이 3.51%였으나, 2023~2024년에는 1.63%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민간 상용직 중 300인 이상 기업에 종사하는 인력을 1차 노동시장으로, 그 외의 민간 임금근로자를 2차 노동시장으로 구분했다. 이번 분석은 청년패널의 23~28세 비재학생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경력직 선호와 고용 유지 현상 심화

반면 이미 안정적인 직장에 안착한 청년들이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81.8%에서 86.9%로 상승했다. 이는 기업들이 기존 인력의 고용은 유지하되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인력 구조를 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에 먼저 들어간 청년은 자리를 지키는 반면, 그렇지 못한 청년들은 뒤늦게 좋은 일자리로 진입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되면서 초급 업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25~29세 청년의 상용직 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00명당 첫 직장 취업자는 2014~2019년 48명에서 2023~2026년 45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의 상용직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102명에서 121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향 취업과 고착 효과에 따른 고용 질 악화 우려

청년 실업률 자체는 과거의 고용 부진 시기보다 낮아졌으나 고용의 질적 측면은 오히려 나빠졌다. 올해 1~9월 사이 15~29세 청년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2.6%로, 2022년의 30.7%보다 1.9%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기다리기보다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는 '하향 취업'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향후 경기가 회복되어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더라도 청년 고용 개선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시장 간 이동이 차단되면 청년들이 직무 역량을 키울 기회조차 상실하게 되어, 2차 노동시장에 머물게 되는 '고착 효과(Lock-in)'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기업에서의 숙련도가 타 기업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동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은행은 연공급 중심의 경직된 임금 체계와 높은 수준의 고용 보호가 기업의 신규 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보았다. 연구진은 청년층의 원활한 시장 진입과 이동을 위해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업 규모나 지급 능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며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면 비슷한 보상을 받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