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명 사망한 스페인 열차 충돌 참사

스페인에서 28일 고속열차가 선로에 정차 중이던 다른 열차를 들이받는 대형 사고가 발생해 최소 6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참사는 2013년 이후 유럽 철도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경 마드리드 남부 카스티야라만차 지역의 고속열차 선로에서 두 열차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8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그중 15명은 중상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돌 당시 민영 열차인 이료 열차에는 147명이 탑승해 있었고, 국영 철도인 렌페 열차에는 397명이 타고 있었으나, 충격 여파로 이료 열차의 객차 2량이 선로를 벗어나 탈선했다.

신호 오류와 잘못된 운행 승인이 부른 비극

사고 원인과 관련해 오스카르 푸엔테 교통부 장관은 마드리드 기자회견에서 치명적인 운영 실수를 언급했다. 푸엔테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앞서 정차해 있던 열차로 인해 적색 정지 신호가 발령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렌페 열차의 운행이 승인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당초 컴퓨터 통신 시스템의 장애로 인해 열차들이 자동으로 멈춰 섰으나, 이후 렌페 열차의 운행을 재개하기로 한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렌페 측은 성명을 통해 지시 사항에 따라 운행을 지속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료 열차와 부딪혔다고 밝혔다. 렌페는 정확한 사고 경위와 당시 운행 여건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철도 사고와 유지보수 예산 논란

이번 참사는 지난 1월 동일한 노선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46명이 사망한 사건에 이어 올해 스페인에서 발생한 두 번째 대형 사고다. 당시 사고는 열차 탈선 후 마주 오던 열차와 충돌하며 철도 시설 유지보수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사고 현장 인근에서 진행된 방송 연설을 통해 이번 비극을 규명하고 모든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산체스 총리는 두 사고의 원인이 서로 연관성은 낮아 보인다고 언급하면서도, 고속철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되찾기 위해 안전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해에 고속철도 사고가 두 번이나 반복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인프라 투자 불균형이 초래한 안전 위기

스페인 치안대의 지난 2월 예비 보고서는 1월 사고의 주된 이유로 선로 결함이나 레일의 문제, 용접 불량 등을 지목했으며 7가지 추가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스페인 철도안전국 통계에 따르면 철도 사고 건수는 2016년 45건에서 지난해 69건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시장경쟁위원회 자료를 보면 2026년 상반기 고속열차 이용객은 전년 대비 14% 감소한 2,500만 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 집행위 분석 결과, 스페인의 고속철도 유지보수 투자는 타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 2018년부터 5년간 스페인은 연평균 15억 유로를 투입해 가장 많은 예산을 썼으나, 이는 대부분 신규 노선 건설에 집중되었고 선로 개보수 및 현대화 등 유지보수 예산은 전체의 16%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