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차단하는 '태양 지구공학'의 부상
지구온난화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태양 지구공학' 기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성이나 입자 등을 활용해 태양빛을 차단하는 차양막을 우주에 설치하는 이 기술이 빠르면 20년 뒤에는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1.5℃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자, 지구와 태양 사이의 우주 공간에 거대한 차양막을 배치해 온도를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어 왔다. 그동안은 막대한 발사 비용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공상과학적 상상력의 영역으로 치부되었으나, 최근 로켓 발사 비용이 급감하면서 이르면 20~40년 내에 건설 착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인 '행성 차양막 연구소(Planetary Sunshade)'는 이번 달 우주 공간 내 태양광 차단막 설치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심도 있게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주요 우주기관 소속 연구원들로 구성된 공학 및 기후과학 컨소시엄의 결과를 종합한 것이며, 영국 첨단연구발명청(UKRI)으로부터 약 7억 1000만 원(40만 파운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헬리오자이로와 입자 구름 방식의 설계안
우주 차양막 기술은 태양과 지구 사이의 경로에 빛을 반사하거나 차단하는 물체를 배치함으로써 지구에 유입되는 태양복사에너지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대신, 들어오는 에너지 양을 제어해 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태양 지구공학'의 한 종류다. 그간 대기 중에 미세입자를 살포해 빛을 반사하는 방식은 강수량 변화나 식물 성장 등 환경에 미칠 부작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우주 차양막은 태양빛을 우주 공간에서 직접 차단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보고서는 총 6가지의 설계안을 검토했다. 기후 모델 분석 결과,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복사에너지를 약 1%만 차단해도 지구 평균 기온을 약 1℃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는 지름이 약 40km에 달하는 인공위성 '헬리오자이로'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위성은 스스로 회전하며 발생하는 원심력을 통해 종이처럼 얇은 반사 날개를 펼친 상태로 유지하며, 태양 광자가 날개에 부딪힐 때 발생하는 압력을 추진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헬리오자이로는 위성 날개의 방향을 원격으로 조절할 수 있어, 대기 살포 방식과 달리 태양빛 차단 수준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과제
하지만 실현을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자재와 비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구 기온을 1도 낮추기 위해서는 약 5,000기의 헬리오자이로를 거대한 대형으로 배치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물질은 약 7,000만 톤(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조너선 맥도웰 전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천체물리학자가 집계한 인류의 역대 우주 발사 누적 질량보다 약 1,500배나 많은 규모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태양과 지구 사이 궤도에 빛을 반사하는 먼지나 인공입자를 보내 거대한 구름을 만드는 방식이 검토되었다. 이 방식은 위성 활용보다 운반 물질을 수백 배 줄일 수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위성 방식보다 불확실하다. 현재 NASA 연구진이 이와 관련된 기술을 탐구 중이다.
두 방식 모두 최소한의 물질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설치 지점은 지구 상공 약 200만 km 지점으로 분석되었다. 실제 건설 시점은 수백만 톤의 물질을 우주로 실어 나를 대형 발사체의 개발 속도에 달려 있다. 보고서는 기술 발전에 따라 20~40년 뒤 건설이 시작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비용 산정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체 사업비가 수십조 달러(약 수경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의 엇갈리는 시선
컨소시엄 참여자인 샹탈 카펠레티 영국 노팅엄대 조교수는 우주 발사 비용의 하락이 이 구상을 단순한 공상에서 실현 가능한 영역으로 옮겨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다니엘레 비시오니 미국 코넬대 교수는 기술적 검토를 통해 추가 연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번 세기 내에 실현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수천 번의 로켓 발사 과정에서 발생할 환경 오염 문제와 함께, 지구공학 기술에만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정작 시급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