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례 도로 통과, 스토킹 혐의 쟁점은?
검찰은 A씨의 카니발 차량이 2024년 4월 22일부터 5월 3일 사이 미용실 앞 도로를 11차례나 반복해서 지나간 점을 근거로 스토킹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A씨는 해당 경로가 거주지에서 밀양역 광장 공용주차장으로 향하는 이동 과정에서 거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자신의 화물차가 미용실 인근에 주차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경찰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더 빠른 우회 경로를 제시했으나, A씨는 학교 앞 시속 30km 제한 구간을 고려할 때 미용실 앞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실제 운전 시 더 신속하다고 주장했다. 2026년 1월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재판장 이주연)는 이러한 A씨의 해명을 받아들였다. 11번의 주행 중 4차례는 미용실 영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새벽 4시에서 7시 사이였으며, 세 차례 정도 속도를 늦췄을 뿐 정차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참작됐다. 또한 해당 도로는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일반 도로였으며, 피해자가 차량을 목격한 것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주차 영수증 역시 출근길이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며, 결과적으로 13건이었던 스토킹 혐의는 2건으로 축소됐다.
징역형 유지와 형량 산정의 배경
스토킹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음에도 2심 재판부의 형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A씨에게는 징역 10개월, B씨에게는 징역 5개월이 선고됐다. 이는 1심과 비교했을 때 A씨는 2개월, B씨는 1개월 정도만 감경된 수치다. 형량이 크게 줄지 않은 배경에는 이미 2025년 11월에 확정된 이전 스토킹 사건의 판결이 존재했다. 이번 사건은 해당 판결이 확정되기 전의 범행들이었기에, 형법상 두 사건을 동시에 재판했을 때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형을 정해야 했다. 재판이 분리되었다는 이유로 처벌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으며, 1심 당시에는 이전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이를 반영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대법원, '지속성'과 '반복성' 결여 판단
A씨 부부가 불복하며 상고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2026도2108·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2026년 4월 16일, 남은 두 건의 행위조차 스토킹 범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와 이를 처벌하는 '스토킹 범죄'를 엄격히 구분했다. 개별적인 접근이나 관찰은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지만, 범죄로 성립하려면 지속성이나 반복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속성은 단 한 번이라도 상당한 시간 동안 이어져 공포를 유발해야 하며, 반복성은 유사한 의도로 시간과 장소를 가깝게 하여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주는 형태여야 한다.
대법원은 2024년 3월 31일의 10분 미행과 6월 11일의 6분간 촬영 행위에 대해, 두 사건 사이의 간격이 2개월 반에 달해 지속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는 우연히 피해자를 발견한 것일 뿐, 계획적으로 계속해서 미행한 반복성도 결여되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A씨의 행위를 도운 B씨 역시 스토킹 혐의에서 벗어났으나, C씨에 대한 폭행과 D씨 등에 대한 욕설 혐의는 유죄로 남았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여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으며, 이제 법원은 스토킹 혐의를 제외한 모욕과 공동상해 혐의만을 바탕으로 부부의 형량을 재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