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프리미엄의 독식과 소액주주의 소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1년 넘게 이어지며 중대한 전환점에 직면했다.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제도의 기틀은 마련되었으나, 진정한 개혁의 성공은 일관된 정책 추진과 더불어 시장에 올바른 규범이 안착하는 데 달려 있다. 이러한 변화의 동력은 결국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에서 비롯된다.
지배구조 문제는 투자자의 실질적인 이익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 제고와 국가 경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핵심 사안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지배구조는 어렵고 생소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만약 투자한 기업의 주인이 바뀐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새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을 시세보다 70%가량 비싸게 샀더라도 내 주식의 가치가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올해 3월 애경산업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에이케이(AK)홀딩스 등 최대주주 측 지분 63%를 약 4,400억 원에 매입하며 주가 대비 70%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급했다. 그러나 나머지 30%를 보유한 일반주주들은 주식을 매각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인수 이후 주가가 하락하며 막대한 기회손실을 입었다. 반면 더존비즈온의 사례는 대조적이다. 2025년 11월, 이큐티(EQT)파트너스는 1·2대 주주 지분 38%를 약 1조 3,000억 원에 인수하며 28%의 프리미엄을 얹었다. 이후 이큐티는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주주 지분 58% 전량을 동일한 가격에 사겠다고 밝히며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해 소액주주를 보호했다.
지배권 거래의 불평등과 의무공개매수제 논란
두 기업 모두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지분만 따로 거래되는 주식양수도 방식을 취했다. 이창민·최한수 교수의 2014~2018년 거래 분석에 따르면, 인수자가 10~20% 이상 지분을 확보한 경우 평균 프리미엄은 46~68%에 달했다. 이 막대한 지배권 프리미엄은 대부분 지배주주가 독점하며, 전체 주주의 99%를 차지하는 일반주주에게는 '그림의 떡'이 된다. 이는 주식 한 주에 동일한 권리를 부여한다는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나며, 한국의 높은 프리미엄 수치는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몫까지 가져간 결과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의무공개매수제다. 이는 인수자가 지배권을 얻을 때 일반주주의 주식도 지배주주와 같은 조건으로 매수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주주평등 원칙을 실현하는 장치다. 영국, EU, 일본 등 40여 개국이 이미 시행 중이며, 미국 역시 이사회의 책임과 집단소송의 영향으로 인수자가 자발적으로 전체 지분을 매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전자가 2017년 미국 하만을 인수할 때 전 지분을 동일 가격에 매입한 것도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른 사례다.
하지만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가 마련한 대안은 논란을 낳고 있다. 인수자가 지분 25% 이상을 확보하면 '50%+1주'까지만 공개매수하면 되도록 규정한 내용이다. 이 경우 코스피200 기업의 평균 지배주주 지분(44.3%)을 고려하면, 일반주주 중 상당수가 매각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경제개혁연대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그리고 18개 자산운용사는 이 법안이 오히려 차별을 합법화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본회의 처리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투자자 인식 변화와 향후 과제
전문가들은 '전부매수'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종화 변호사는 일반주주 지분 100%를 매수하는 것이 제도 취지에 맞으며,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면 소수주주 과반의 찬성이나 '화이트 워시'를 통한 예외 허용을 제안했다. 만약 부분매수가 불가피하다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지분 비율에 맞춰 사주는 '비례적 공개매수(안분매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상훈 교수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공정한 가격, 동등한 기회 보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1,450만 명에 달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자신의 수익과 직결된 생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정무위 대안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단 6일 만에 5만 명을 돌파한 것은 이러한 인식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과거 공매도나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청원보다 빠른 속도로, 지배구조 개혁이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논의가 아닌 국민적 요구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