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산업과 대학의 동행, 양덕순 제주대 총장의 약속

취임한 지 7개월을 맞이한 양덕순 제주대학교 총장의 시선은 늘 청년들의 미래를 향해 있다. 그는 임기 중 반드시 실현하고 싶은 단 하나의 과업으로 '제주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환경 조성'을 꼽았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는 아픔을 끊어내기 위해, 지역 내에 양질의 직업 환경을 구축하고 이들이 제주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현실적인 지표는 여전히 무겁다. 지난해 제주대학교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60% 수준에 머물렀으며, 취업에 성공한 이들 중 절반가량은 제주를 벗어나 타지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대학이 인재를 배출해도 지역 산업계가 이를 수용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양 총장은 단순히 인재를 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데 대학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산업 구조 전환의 핵심 축으로서의 대학

양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을 단순한 취업률이나 연구 성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제주에서 공부한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그 자녀들이 다시 제주에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꿈꾼다. 이를 위해 대학이 지역 산업 구조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제주도가 육성할 미래 산업의 방향이 결정되면, 대학은 그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전문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자체와 대학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제주연구원장 시절 연구했던 우주산업, 도심항공교통(UAM), 수소경제, 미래 모빌리티 등 차세대 산업 분야를 제주대학교의 교육 및 연구 역량과 결합하려 한다. 관광과 해양 분야의 강점을 살리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해양 바이오, 항공우주 및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의 인재 양성을 통해 지역 혁신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학사 구조 개편과 글로벌 교류의 확장

산업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교육 방식의 근본적인 혁신도 추진한다. 양 총장은 학과 간의 장벽을 허물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멀티플레이어' 인재를 키우고자 한다. 이를 위해 졸업 이수 학점을 기존 130학점에서 120학점으로 낮추고, 전공 이수 학점 또한 10학점가량 축소할 방침이다. 전공 학점을 줄이는 학과에는 교수의 강의 부담을 경감해 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자발적인 학사 구조 개편을 유도한다. 강제적인 학과 통폐합 대신, 교수들이 스스로 새로운 정체성을 찾도록 지원하는 '아래로부터의 통합'을 지향한다.

배움의 범위를 제주라는 섬 전체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국내외 학생들이 제주에 머물며 문화를 배우는 'K런케이션(Learning & Vacation)' 프로그램을 통해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고, 외부 인재 유입을 꾀한다. 현재 약 7대 3 비율인 지역 학생과 외부 학생의 비중을 6대 4까지 끌어올려, 제주대학교의 브랜드 가치만으로 찾아오는 학생들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AI 인프라 투자와 지속 가능한 변화

미래 경쟁력을 결정지을 핵심 요소로 AI(인공지능)를 지목했다. 양 총장은 AI 인프라 투자가 늦어질 경우 교육과 연구, 행정 분야에서 발생하는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AI를 대학 운영의 필수 인프라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성급한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다음 세대가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총장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믿는다. 양 총장이 열어두려는 문은 학생에게는 기회의 통로가 되고, 제주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지속 가능한 변화의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