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쏠리는 코인 자금과 막대한 수수료 유출
최근 5년 동안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가상자산의 총 규모가 약 7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규제 환경을 피해 투자 수요가 해외로 이동하면서, 연간 5조 원에 달하는 거래 수수료 수익까지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야당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조속한 제정과 함께 내년으로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의 유예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정책포럼 토론회에는 이광재, 민병덕, 박민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시장에서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이 약 70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타이거리서치가 체이널리시스와 협력하여 국내외 거래소 관련 주소 500만 건과 국내 투자자들의 추정 지갑 12만 개를 정밀 조사한 결과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약 168조 원이 이동했으며, 올해 연간 예상치는 77조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700조 원이라는 수치는 누적 이동액을 의미하므로 실제 해외에 잔류 중인 순유출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국내 규제가 부른 수수료 손실과 제도적 대안
해외 거래소로 유출되는 수수료 수익 규모도 심각한 수준이다. 김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플랫폼에 지불한 거래 수수료는 약 5조 원에 달한다. 만약 해외로 향하는 수요의 절반만 국내로 흡수하더라도 약 2조 5,000억 원의 수수료 수익을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 대표는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제한되어 있고 파생상품 거래가 규제받는 점을 자산 이탈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국내에서 금지하더라도 온체인 시장의 거래를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국내 사업자가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대안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과 법인 투자 허용 등을 제안했다.
과세 사각지대 논란과 민주당의 과세 유예론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 수익 중 연간 25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지방소득세를 포함하여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안성희 가톨릭대 교수는 기본공제액을 확대하고 국내 거래소 이용률에 따라 낮은 세율이나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거래소(DEX), 개인 간 거래(P2P) 등 과세가 어려운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과세 인프라를 먼저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기본법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우선 제정하고, 과세를 위한 준비 기간과 기한을 명확히 설정하는 차원에서 과세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유통, 가상자산사업자 규제 등을 제도화하기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법안 10여 건이 발의되어 있으나,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입법 논의는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