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달러 조달 목표로 나스닥 상장 절차 돌입
인공지능(AI) 분야의 선두 주자인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상장 행보를 시작했다. 앤트로픽은 오는 11월 중순, 티커명 'ANT'로 나스닥 시장에 A형(클래스A) 보통주를 상장할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확보한 비공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기업가치를 최대 2조 달러(약 2700조 원)로 산정해 총 1000억 달러(약 133조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임했다. 만약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앤트로픽은 지난 6월 1조 7700억 달러의 가치와 750억 달러의 조달액을 기록했던 스페이스X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게 된다.
폭발적 매출 성장과 수익 구조의 획기적 개선
앤트로픽의 실적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162억 8500만 달러(약 21조 60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4배가 넘는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인 46억 달러의 3.5배에 달하는 수치로, 불과 반년 만에 거둔 성과다. 비록 상반기 순손실은 807억 4800만 달러(약 107조 2000억 원)로 집계되었으나, WSJ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기존 자금 조달 과정에서 발생한 전환사채 및 파생상품의 가치 변동에 따른 724억 달러 규모의 비현금성 장부상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실제 현금 유출과는 차이가 있다. 일회성 평가손실을 제외한 조정 영업이익은 16억 1800만 달러(약 2100억 원)로, 창사 이래 첫 반기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 말 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124억 달러, 단기 투자자산은 193억 달러에 달한다.
기업용 AI 수요 급증과 독특한 지배구조 설계
이러한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생성형 AI인 '클로드' 시리즈에 대한 기업들의 강력한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매출 대비 인프라 비용 비중 또한 지난해 상반기 209%에서 올해 상반기 55% 수준으로 급감하며 수익 모델이 빠르게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앤트로픽은 구글 클라우드 및 아마존 웹서비스(AWS) 등 빅테크 기업들과 향후 7~10년 동안 최소 4500억 달러(약 600조 원) 이상의 취소 불가능한 장기 컴퓨팅 자원 이용 계약을 맺었다고 투자설명회에서 밝혔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공동창업자들이 설립한 '파운더 LCC'가 F형(클래스 F) 주식 1주를 통해 주주총회 일반 안건에 대한 50.1%의 의결권을 갖도록 설계되어, 실제 지분율과 무관하게 강력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다만 5인의 독립 수탁자로 구성된 '장기이익신탁(LTBT)'이 T형(클래스 T) 주식을 통해 이사 과반의 선출 및 해임권을 보유함으로써 창업자들의 독주를 견제한다. 아마존과 구글 등 전략적 파트너에게는 배당권은 있으나 의결권이 없는 N형(클래스 N) 주식을 부여했으며, 이 주식은 제3자에게 매각될 시 A형 주식으로 전환된다.
AI 산업의 리스크와 글로벌 시장의 시험대
앤트로픽의 이번 상장은 생성형 AI 산업에 대한 세계 시장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픈AI가 투자 과잉 우려와 안정성 문제로 상장을 내년으로 미룬 가운데, 앤트로픽이 어떤 돌파구를 보여줄지가 핵심이다. 400쪽 분량의 증권신고서 중 94쪽은 AI의 위험성과 산업적 리스크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었다. 앤트로픽은 고도로 발달한 AI가 오용되거나 무기화될 경우, 혹은 높은 자율성으로 작동할 때 인류에 재앙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해킹 사례 등을 언급했다. 아울러 미 국방부와의 법적 분쟁으로 인해 미국 정부 관련 기업들이 앤트로픽의 서비스를 기피할 가능성도 리스크 요인으로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