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산업 공급망 확보 위한 세제 지원책의 등장
정부가 핵심 전략 품목의 국내 제조를 독려하기 위해 추진 중인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를 두고 산업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번 제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국가적으로 중요한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할 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올해 정기국회 입법 절차를 밟기 위해 관련 세제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주요 전략 산업의 생산 기반을 국내로 확충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 소재, AI 로봇 부품 등 단 6개 분야로만 한정되면서 산업계에서는 범위가 너무 좁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기의 전기차 산업, 지원 사각지대 놓였나
가장 큰 문제는 전기차 산업이 이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은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직면해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 중 국산 모델의 점유율은 48.7%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절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반면 중국산 전기차는 43.5%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무서운 기세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에 국내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여기에 각국의 수입 규제와 자국 산업 보호주의로 인해 해외 수출길마저 막히고 있어, 국내생산세액공제를 통한 강력한 세제 지원이 전기차 산업의 생존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신 및 차세대 에너지 산업으로의 확장 필요성
백신 제조 역시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백신의 전략적 가치는 입증되었으나, 막대한 R&D 비용과 협소한 내수 시장 탓에 국내 생산 기반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이에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 등은 백신을 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친환경 항공유, 히트펌프, 액화수소, 그리고 바이오 의약품 등을 지원 범위에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정 부담 고려한 실효성 있는 확대 방안 마련해야
물론 국가 재정의 한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일례로 전기차 1대당 400만 원의 세액공제를 적용할 경우, 올해 기준으로 연간 약 2조 원에 달하는 재정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는 가용 가능한 재정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면밀히 추산하는 과정을 선행해야 한다. 동시에 확보된 재정 범위 내에서 최대한도로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을 넓혀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