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아버지의 별세와 의료계의 주목
한국인들에게 영원한 '수사반장'이자 '국민 아버지'로 각인되었던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 선생이 향년 8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반세기가 넘는 긴 시간 동안 안방극장을 지키며 대중과 호흡해 온 그의 부고에 온 국민이 깊은 슬픔을 드러내는 가운데, 의료 및 보건학계에서는 고인이 생전에 대중에게 전달했던 신체적·정서적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가정의학과 교수)은 고인의 별세가 단순한 연기자의 죽음을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윤 원장은 그가 남긴 특유의 웃음소리와 서민적인 이미지가 한국 현대인들의 심뇌혈관 건강을 돕고 정신의학적 안정을 제공했으며, 사회적 외로움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보건학적 이점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인을 국민의 몸과 마음을 보살핀 '시대의 의사'와 다름없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웃음 치료와 정신적 완충재로서의 역할
최불암 선생의 상징과도 같은 '파하~' 웃음은 의학적으로 고도의 복식 호흡형 웃음 치료(Laughter Therapy) 기제를 담고 있다. 자율신경계 관점에서 볼 때, 기도를 확장하며 길게 내뱉는 이 호흡성 웃음은 긍정적인 생리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웃음의 초기 단계에서는 일시적으로 심박수가 상승할 수 있으나, 곧이어 이완을 관장하는 미경골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압이 낮아지고 혈관이 확장되는 효과를 보인다.
또한, 이러한 웃음은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혈관 내피세포의 손상을 막아준다. 대중이 그의 웃음소리를 듣거나 성대모사를 따라 하는 과정에서 뇌 내 쾌락 물질과 통증 완화 물질이 분비되어 정서적 긴장이 완화되는 것이다. 1990년대 유행한 '최불암 시리즈' 역시 유머를 통한 '정서적 카타르시스(Emotional Catharsis)' 작용을 일으켜, IMF 위기 등 사회적 격변기에 국민의 집단 스트레스를 낮추는 정신적 완충재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억회상 치료와 사회적 안전기지
고인이 2011년부터 14년 동안 진행한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정신건강의학과 및 노인의학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억회상 치료(Reminiscence Therapy)'의 도구였다. 전국 각지의 향토 음식을 시각적·청각적 자극으로 제시함으로써 시청자의 해마와 편도체를 자극했고, 음식을 나누는 풍경을 통해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유대감을 높였다. 특히 노년층에게는 정서적 허기를 채워줌으로써 우울감 완화와 치매 예방에 기여하는 자극제로 작용했다.
임상심리학적으로 볼 때, 최불암 선생이 구축한 '전원일기'의 김 회장이나 '수사반장'의 박 반장 같은 캐릭터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안전기지(Secure Base)' 역할을 수행했다. 소탈하고 정의로운 아버지상은 급격한 산업화와 핵가족화 속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불확실성을 상쇄해주었다. 나해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대중이 그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고 불안을 줄였으며, 이것이 세대 갈등 완화와 집단적 불안 장애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타주의의 실천과 영원한 유산
고인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직을 수행하며 미아 찾기나 희귀난치병 어린이 지원 등 사회공헌에 헌신했다. 이는 타인을 돕는 행위가 개인과 사회 전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 수명을 늘린다는 '이타주의(Altruism) 효과'를 몸소 증명한 사례였다. 67년이라는 긴 연기 여정 동안 그가 전달한 따뜻한 웃음과 정서적 안식이라는 보건의학적 유산은, 그가 떠난 뒤에도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남아 일상의 긴장을 달래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