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비 감당할 현금 흐름이 승부처

인공지능(AI) 시장의 강력한 수요 속에서도 막대한 자본 지출을 견뎌낼 수 있는 현금 창출 능력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엇갈린 모습이다. 28일(현지 시각) 실적을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모두 클라우드 부문에서 시장의 기대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시장의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었다. 시간외거래에서 MS의 주가는 4% 이상 상승한 반면, 알파벳의 주가는 한때 10% 넘게 폭락했다. 이는 AI 경쟁을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실제 현금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투자자들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는 인프라 투자가 설비 공급 업체들에게는 오히려 매출 증대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에너지 설비 전문 기업 GE버노바는 전력 인프라에 대한 수요 확대로 매출과 수주가 동반 상승했다고 밝히며 연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분사한 GE버노바는 풍력발전기와 가스터빈, 전력망 장비 등을 제조하는 업체다.

MS, 클라우드 성장과 풍부한 현금으로 투자자 안심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사업의 견고한 성장세와 예상치를 웃도는 현금 창출 능력을 증명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기업용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애저(Azure)'의 7~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331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였던 328억 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잉여현금흐름은 186억 달러를 기록해 당초 예상치인 85억 4,000만 달러의 두 배를 상회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 투자 지출 등을 차감한 수치로, 회계상 이익보다 실제 가용 현금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AI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지속적인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현금 동원력이 확인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알파벳, 클라우드 호조에도 현금 유출과 광고 부진에 발목

이와 대조적으로 알파벳은 구글 클라우드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현금 유출과 주력 광고 사업의 부진이 겹치며 압박을 받았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3% 급증한 307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그러나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0억 7,000만 달러로 집계되어, 지난 분기의 마이너스 59억 달러보다 유출 규모가 확대되었다. 여기에 전체 매출과 핵심 광고 매출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지분 투자 관련 손실까지 반영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현장에서 내년도 설비 투자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외부 클라우드 자원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단기적인 수익성 저하 가능성도 언급했다. AI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는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금 흐름과 수익성에 가해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의 우려를 샀다.

전력 인프라 수요 폭증, GE버노바의 실적 견인

빅테크 기업들의 치열한 투자 경쟁이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수적인 발전 및 송전 설비 수요를 연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GE버노바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1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신규 수주액은 290억 달러에 달했으며, 수주 잔고 역시 전 분기보다 약 200억 달러 늘어난 1,970억 달러를 기록했다. 회사는 오는 4분기 중 수주 잔고가 2,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 수요의 증가는 발전소 건설을 넘어 생산된 전력을 데이터센터와 산업 현장으로 전달하는 전력망 투자로 확산되고 있다. 노후화된 전력망의 교체 주기와 산업 전반의 전기화 흐름이 맞물리며 설비 업체들의 시장 기회가 넓어지는 추세다. 데이터센터 확장이 전력 인프라 투자 증가를 이끄는 주요 동력 중 하나임이 확인된 것이다.

GE버노바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압 전력망 장비 업체인 트렌치그룹을 9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이번 인수는 핵심 부품 공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내년 말 완료될 예정이다. 또한 회사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를 기존 115억~125억 달러에서 160억~170억 달러로 대폭 상향했다. 스콧 스트래직 GE버노바 최고경영자는 전 세계적인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가 3분기의 강력한 실적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