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의 행보와 군대의 현실

군대를 소재로 한 시트콤 <푸른거탑>에서는 사단장의 방문 소식만으로도 병사들의 평온한 연휴가 깨지곤 한다. 이는 군 복무 경험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고위 지휘관이 지나갈 길목의 잡초를 제거하는 일은 흔하며, '별'을 가진 인물이 움직이면 그 아래 부대원들은 별다른 명령 없이도 분주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 7월, 경북경찰청이 진행한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는 이러한 상식과는 다른 군대의 모습이 드러났다. 당시 수사 기관은 조사 대상 9명 중 여단장과 대대장을 포함한 6명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그가 지시를 내렸음은 인지했으나, 작전통제권이 부재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사망 사건과의 인과관계도 증명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펼쳤다.

현장 순찰과 '빨간 티셔츠' 지시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 임 전 사단장은 내성천 일대의 부대들을 순찰했으며 야간에는 화상회의를 주재했다. 사고 당일에도 그는 직접 현장을 찾아갔다. 당시 그는 수색 작업이 지연되는 점을 질책했고, 해병대원들이 눈에 잘 띄도록 빨간색 티셔츠를 착용하라고 권고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임 전 사단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의 현장 활동을 두고 "작전지도를 한 것이지, 명령을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병력 투입 방식부터 복장 색상까지 관여한 사단장의 발언을 부하들이 단순 참고 사항으로만 받아들여야 했다는 논리다. 현장에서는 명령처럼 작동하고, 사고가 터진 뒤에는 조언으로 치부되는 편리한 해석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경찰의 판단과 법원의 확정 판결

경찰은 대대장이 사단장의 눈에 들기 위해 수색 지침을 '장화 높이'에서 '허리 아래'로 변경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부하들이 무리한 수색을 감행한 원인은 현장에 있던 사단장에게서 찾으면서도, 정작 사단장의 책임은 서류상의 작전통제권 유무로 따진 셈이다. 이는 대통령 격노설과 수사기록 반환 문제로 불거진 '권력 눈치보기' 의혹을 경찰 스스로 심화시킨 결과로 보인다.

반면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의 성과 압박이 지휘관들의 무리한 수색을 유도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지난 27일,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는 군 생활의 일반적인 관행을 넘어, 명확한 증거와 법리를 바탕으로 사단장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다.

수사 독립성에 대한 과제

경찰의 결론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지점은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확대된 수사권에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받자, 박헌수 경북경찰청장은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수사 활동을 전개하여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증거를 간과한 것인지, 혹은 권력의 향방에 맞춰 수사 결과를 외면한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 거대해진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증명해야 할 것은 단순한 수사 역량이 아니라, 권력의 압박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수사의 독립성이다. 사단장이 자신의 행위를 '지시가 아닌 지도'라고 변명했듯, 경찰 또한 이번 사안을 '부실 수사가 아닌 판단의 차이'라는 말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