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시스템의 결함 밝혀야” 유가족들의 절규
이태원 참사 희생자 160명을 기리기 위해 유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29일 열린 참사 4주기 기억식에서 유족들은 참사 당시 국가가 보여준 대응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할 것을 촉구했으며,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에 정부가 전폭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별들의 빛으로, 진실을 향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 29분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되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서울시,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자리에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찾아온 희생자 유가족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을 향한 묵념을 시작으로 추모사와 기억의 글 낭독, 추모 공연 등을 통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당시 왜 소중한 생명들이 구조되지 못했는지, 사회적 시스템의 어떤 부분이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떠한 성역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 하나의 의혹도 남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2차 가해에 맞선 외침과 정부의 협조 요구
이 위원장은 최근 유가족들을 ‘가짜’라고 비하하며 2차 가해를 저지른 피의자 사건을 언급하며, 자신의 딸은 허구가 아닌 실재하는 존재였다고 역설했다. 그는 세상에 다시 한번 고인의 존재를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한 이 위원장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규명 작업이 정부의 협조 없이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부터 조사가 시작되었으나 관련 기관들의 자료 제출 등 협조가 미비해 난항을 겪어온 만큼, 정부 부처의 투명한 자료 제공과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시민들의 연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프랑스인 희생자 리마무 게네고의 부친인 파스칼 게네고 역시 참석해 발언했다. 그는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고통을 붙들고 있는 행위가 아니라, 사실을 인정하고 유족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아들이 한국을 무척 사랑했던 열정적인 젊은 요리 예술가였음을 기억해달라고 부탁했다.
“대한민국은 안전하지 않다” 뼈아픈 성찰
정보라 작가는 ‘기억의 글’을 통해 참사 직후 녹사평역 인근 분향소 영정 앞에 놓였던 핫팩을 회상했다. 그는 희생된 가족이 추위를 느끼지 않기를 바랐던 그 따뜻한 마음이 유가족들을 이태원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 요구라는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현재 대한민국이 전혀 안전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참사의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나 재발 방지 대책 역시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는 14개국에서 온 26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가 온 세상에 진실을 빚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는 공동 약속문을 통해 참사를 막지 못한 이유와 구하지 못한 이유, 그리고 유가족을 고립시킨 배경에 대해 여전히 답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특조위의 조사 기간이 연장되면서 진상규명 약속이 1년 더 늦춰진 상황에서, 이들은 내년 5주기에는 반드시 온전한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감시를 지속하며 책임자 처벌과 2차 가해 근절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송두환 특조위원장은 행사를 마친 뒤 참사 현장인 이태원 ‘기억과 안전의 길’을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